1. 국립중앙박물관 '폼페이' 전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집결지로 향했다.
기본요금 2,800원이 나왔다. 만 원을 냈더니 택시기사님이 너무도 당당히,
"그냥 삼천 원 내시죠?"
하며 칠천 원을 거슬러준다.
이건 뭐지? 아침부터 4명이 꽉 채워 탔으니 더 내란 말인가? 아님 잔돈이 없어서?
짧은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나, 그래 아침부터 따져서 뭐하나 싶어 그냥 그러마고 하고 내렸다.
2. 아이들이 출출하다며 편의점에서 파는 매운 소시지를 사달라고 해서 cu에 갔다.
두 개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고 쓰여있었다.
"이거 두 개 사면 하나 더 주는 거 맞죠?"
아저씨는 바코드를 찍으면서 고개를 갸웃하더니 너무도 당당하게.
"재고가 하나도 없는데요."
그러곤 아무 말이 없이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숨을 고르고 다시 물어봤다.
"그럼 다른 비슷한 소시지라도 주시면 안 되나요?"
그렇게는 안된다고 한다. 자기들도 판매실적을 다 위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나.
그럼 소비자에게 마땅히 지켜야 하는 약속은 어겨도 된다는 건가.
내가 소시지 두 개 샀으니 하나 더 달라고 떼를 쓴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먼저 주겠다고 떡하니 써 붙여놓고는 재고가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럼 그냥 두 개만 주세요."
나오면서 이웃엄마에게 말했다.
"오늘 정말 이상한 날이네. 아침에 택시비부터 시작해서..."
그냥 웃고 말았다.
3. 집에 돌아오니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이 도착해 있다.
기다렸던 정희재님의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를 펼쳐 들었다.
나는 연필을 좋아한다. 사각거리는 소리도 좋고, 냄새도 좋고, 깎을 때는 더 좋고...
오늘도 박물관에서 아들의 눈총을 받아가며 내가 쓸 거, 선물할 거 해서 연필을 한무더기 사왔다.
기분좋게 책을 읽었다. 내용도 쓱쓱 잘 넘어가는 편이라 어느 새 반 이상 읽어버렸다. 그러다 무심코 책의 뒷부분을 펼쳐보게 되었다. 이럴 수가!
파본이다. 그것도 정말 기분 나쁜 파본이다. 책등이 까였다거나 책표지에 뭐가 묻어있다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파본이 아니다.
책 사이즈에 딱 맞게 치밀하게 접혀있었다.
펼쳐보니 요렇게 된다. 그렇게 접을 시간이 있었으면 가위로 잘라서 보내주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사람의 짓은 아닌 것 같다. 기계의 잘못이겠지. 분명 그럴게야. 난 그렇게 믿고 싶을 따름이고.
이미 포스트 잇을 붙여가며 책은 반 이상 읽었는데... 이걸 반송해서 다시 새 책을? 그런 수고를?
그냥 오늘 하루는 이런 하루인걸로 마무리짓기로 마음먹었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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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지난 수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문득 그 날이 다시 떠오르면서 여기에라도 이렇게 적어야 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 이러고 궁상떨고 있다.
쓰면서 또 화가 난다.
왜? 왜? 왜?
왜 그들은 나에게 그렇게 당당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