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스터디 - 미국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과 한국에서의 인문학 공부안내
마크 C. 헨리 지음, 강유원 외 편역 / 라티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인문학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지혜? 인간이 이른바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인문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인간 삶을 풍요롭고 유익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통한 풍요로움과 유익함은 물질적 풍요로움이나 마냥 즐거운 감각적 쾌락과는 다른 것이다. 인문학이 인간을 현실의 고통에 직면하게 하는 것은 그 고통에 맞서고 이겨내려는 의지를 갖게 해 준다는 의미에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토마스 앤더슨(키아누 리부스 분)은 모피어스(로렌스 피쉬번 분)의 제안에 자신의 선택에 따라 현실을 직시하고자 했다. 피죽을 먹고 찢어진 담요를 덮고 잠을 자며, 언제 맞아 죽을 지 모르는 두려움에 시달리지만 결국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신념을 가지게 됨으로써 그는 네오(neo)가 될 수 있었다. 인간의 삶을 영화 매트릭스에 비유하자면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는 인간 삶의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신만의 신념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자신만의 신념이 독단과 아집이 아니라 지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점은 인간이 지혜를 배울 수 있고, 그 지혜를 통해 인간의 역사는 항상 진보해 왔다는 것이다. 지혜는 역사적 맥락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신념이다. 인간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지혜를 갖추는 데 있다면 그리고 인문학을 공부함으로써 진정 지혜를 갖출 수 있다면 인간은 반드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무작정 달려든다고 인문학 공부가 수월할 리 없다. 수영을 예로 들면 수영 선수 박태환의 날렵하고 힘 있는 영법을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첫 날 흉내 낼 수 수는 없다. 유아풀에서 발차기와 숨쉬기, 팔 젓기를 배우고, 겨우 성인풀에 들어가 허우적거리는 것을 몇 년 해야 수영의 ‘수’ 자를 알게 된다. 인문학은 단계와 체계로 기본기를 익혀야 한다. 이 책 《인문학 스터디》는 인문학 공부의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그런데 커리큘럼대로 공부하는 것은 또 그것대로 어렵다. 이 책의 편역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근대로부터 시작된 공교육의 틀 안에 있고, “공교육기관에서 교수하는 학문들은 어떤 점에서는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것들이지 일체의 현실적 관점과 정치적 관여에서 벗어난, 순수한 의미에서의 자유학예나 인문학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며, 공교육의 틀 안에서는 인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한 개인이 “모든 것이 취직과 출세로 환원시켜버리는 무섭고도 거대한 흐름에 저항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 무섭고도 거대한 흐름에 저항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분명히 그런 사람들의 인문학 공부의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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