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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자존감에 대한 책이다.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뼈와 살을 불사르는 열정으로 남자(혹은 여자)를 사랑해도 상대방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에서 자존감이 생긴다.
이 책에 선별된 사연의 당사자에게 부족한 것은 하나다. 바로 자존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연들은 대개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 일들은 항상 그 상황에 맞는 어떤 선택을 요구하는데 우리는 그 선택의 다양한 혹은 유일한 항 사이에서 갈등하고 선택을 미룬다. 그만큼 우리는 피곤하게 산다. 사연의 당사자들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 없이 살아간다. 육체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숙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상담가인 김어준은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남한테” 해대고, “본원적 질문은 건너뛰고 그저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만 끊임없이 묻는다”고 말한다. 삶의 일상적인 문제들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그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대개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려면 자존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존감은 어떻게 해야 생기는 것일까. 자존감 만들기의 첫 번째 단계는 “자기객관화”다.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남친을 확 뜯어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그것이 남친과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자기 합리화하는 사람들이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다. 김어준은 이런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을 조금 시큰둥하게 바라보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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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통증 대부분은 자기만 힘든 줄 알아서 자기가 만드는 거다. 억울해서. 더구나 자기가 너무 중요한 줄 안다. 그래서 북받친다. 하지만 이, 시큰둥, 되잖아. 그럼 자기 인생 가지고 소설 안 쓴다. 자기가 누군지도 있는 그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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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에 이어 자존감을 만들기의 두 번째 단계는 온전한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욕망을 사는 것’이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결단력과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자기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지려면 온전히 자신의 욕망과 욕구에서 비롯된 선택을 해야 한다.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가 자장면 시켜 먹는다고 나도 자장면 시켜 먹다가 맛 없다고 후회해도 자장면이 짬뽕으로 바뀌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선택(욕망)을 자기 선택인 것처럼 착각하면 안 된다. 그래서 김어준은 “당신은 당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내린 결정들의 축적물이 자신이라는 말이다. 나머지 자신에 대한 확신들은 대개 다른 사람의 욕망에 의한 착각이다. 예를 들어 취업을 할 것인가? 공부를 할 것인가? 둘 다 아니면 여행을 갈 것인가? 이것에 대한 선택은 부모나 형제, 선생이 대신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선택은 한 가지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것들은 버리는 것이다. 선택함으로써 치루어야 하는 기회비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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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택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로로 만들어달라고 한다면 그건 삶에 대한 응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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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단계 즉, 자기객관화와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는 단계는 자존감을 생성하고 활용하는 과정이면서 더욱 단단히 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자기 삼에 대한 “장악력”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와 “결의”에서 나온다. 김어준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 의지를 가진 자가 졸라 섹시하다.
** 아이러니하지만 이 책에서 김어준의 거칠고 스타카토 같이 짧은 문체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상담 방식도 중요하지 않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중심적인 그가 얼마나 진지하게 상담하고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