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연대성에 대한 욕구와 사적인 진리에 대한 소망을 병렬적으로 추구하는 아이러니스트를 자처한다면….-12쪽
친구의 성공스토리를 듣는 것이 늘 즐거운 일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다. 친구의 성공을 통해서 어쩔 수 없이 내 자신의 실패를 되돌아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친구가 평소에 인생살이의 어려움을 함께 토로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친구라면 스트레스는 더 심해진다. 그리고 그 친구의 성공이 더 빛나는 것일수록 스트레스는 더 심해진다. -38쪽
일만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여가까지도 우리는 빨리 끝내게 되었다.-93쪽
광장과 밀실의 문제는 여전히 주요한 사회철학적 문제이다. 로티의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면 광장은 공적인 연대성의 영역이고, 밀실은 사적인 자율성의 공간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이 두 영역을 대립적인 것으로 보거나 통합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 최인훈의 광장과 밀실에 대한 언급은 철학자들의 그런 시도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해 준다. 니체, 하이데거, 푸코 같이 사적인 자율성의 소망을 가진 철학자들이 인간의 연대성에 대한 욕구를 폄하하거나, 자유로운 공통체를 꿈꾸는 듀이, 하버마스 같은 철학자들이 사적인 완전성에 대한 소망을 ‘심미주의’로 치부하는 것은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 쪽에 가두어" 버리는 것이다.-129~130쪽
아이러니스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지막 어휘가 다른 사람에게서 가지고 온 것이 아닌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라는 확신이다. 아이러니스트의 자신의 용어로 자신의 삶을 요약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일차적으로는 아이러니스트 자신의 사적인 완성과 관련이 있다. 자신의 인생이 자신을 넘어선 어떤 것에 의해서 좌우되거나 자신보다 큰 힘에 동화되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자기 삶의 우연성을 긍정하는 것, 곧 삶의 자율성을 획득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러니스트의 관심사이다. -131~132쪽
합리적인 이성과 충동적인 감성, 도덕적 품위와 일탈의 순수함, 정신적인 삶의 고결함과 육체적인 쾌락의 천박함은 음악의 리듬처럼 분리되지 않은 채 흘러가면서 삶의 본질을 개시하는 것이 아닐까?-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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