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상컨대 이 책은 남경태 자신이 읽은 책들의 핵심 개념 혹은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거나 흥미 있는 개념들을 따로 노트정리 한 원고를 가지고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최초 남경태의 손에 원고로 존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개념들을 역사적, 철학적 맥락과 함께 정리하고 자신의 “주장”을 덧붙여 만든 원고이기 때문에 개념어에 대한 해석 중엔 적잖이 뉴스 매체에서 칼럼을 읽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개념어들은 남경태 개인의 관심영역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주로 인문학 용어들이 등장한다. “과학이나 시사로 분류될 만한 개념어들도 일부 있으나 그것들도 주로 인문학의 관점에서 다루었다”. 인문학 용어들은 하나의 개념에 여러 가지 속성들이 요약되어 있기 때문에 그 개념의 역사적, 철학적 맥락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이 그 개념을 이해하는 데 주요하다(이 문장에서는 ‘이미지’라는 용어의 ‘정확한’ 개념이 궁금할 것이다.). ‘유토피아’처럼 어원을 들어 한 문장으로 설명 가능한 개념어도 있지만, 예컨대 ‘프스트모더니즘’이라는 개념어의 경우 이 개념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역사적, 철학적인 맥락의 복합적인 의미와 연관성을 내포하고 있다. 남경태는 이 포스트모더니즘의 맥락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맥락을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 《개념어 사전》의 한계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런 한계는 시대의 혹은 남경태 자신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정확한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다면 개념어들은 갈수록 모호해지는 것 아닌가.
그런 모호함은 차치하고 이 책은 두 가지 유용한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참고 서적, 다른 하나는 상식 서적이다. 예를 들어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을 때 ‘리비도’, ‘욕망’, ‘이드’와 같은 개념어들이 등장하면 한 번쯤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 참고 서적의 관점이다. 상식 서적의 관점은 간단하다. 상식을 키우거나 상식의 오류를 수정하는 것이다. 증산교의 창시자가 강일순이라거나 좌익/우익이라는 개념이 프랑스 혁명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 파시즘이라는 개념어가 고대 로마의 개선식에서 사용하던 권력의 상징물인 파스케스에서 비롯됐다는 것같이 알아두면 삶을 살아가거나 다른 책들을 읽을 때 유용한 상식들을 키울 수 있다.
일상생활을 살다 보면 그 어원과 정확한 의미를 모르면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많다. 그런 용어들을 사용할 땐 어딘가 찜찜하고 뒤가 개운치 않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무지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물론 굳이 그런 무지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기억력이 좋다면 (결코 가벼운 내용의 책은 아니지만)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 잘난 척을 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이성과의 데이트에서 과용하지 않는다면 지적으로 보여 좋아하는 이성에게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실용서의 역할도 하는 책이 《개념어 사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