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라일라는 자기 삶의 여정이 나아갈 방향을 거침없이 결정하고 그 방향을 따라 행동한다. 라일라가 결정한 방향의 삶엔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올가미와 그물”의 함정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함정들을 예상하지 못했는데도 라일라가 황금물고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라일라 자신의 ‘거침없는 결정과 끊임없는 행동’ 때문이었다. 모든 상황이 미리 예정된 것처럼 보이는 것도 라일라 자신의 결정과 행동 때문이었고 그것으로 라일라는 황금물고기가 될 수 있었다. 

   
  그 때 이미 나는 절제나 권위 따위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어떤 난처한 일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가 나의 성격을 형성해나가고, 모든 종류의 규율에 불복하여 내 욕망만을 따르는 성향이 되고, 그리하여 차가운 눈빛을 얻게 된 것은 내 인생의 바로 이 시기 동안이었다.
 
   

라일라가 끊임없는 행동으로 헤어짐과 상실의 삶을 살지 않고 순간의 만족과 평온함에 안주했다면 라일라는 “아주 작고 하찮은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반복되는 상실에서 순간순간 잦아드는 정착의 유혹을 뿌리치고 올가미와 그물이 무성한 그곳으로 라일라는 나아간다. 그것은 어쩌면 라일라가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주 벌어지는 그런 일들이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다. 이 세상에는 그 어디에도 평화로운 장소가 없었다.  
   


   
  그 때 나는 이 세상에 나를 위한 공간은 단 한 곳도 없다고, 그리고 앞으로 어딜 가든 그곳 사람들에게는 내가 나의 집에 있는 게 아닐 것이라고, 그래서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날 꿈을 꾸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라일라는 스스로의 결정과 행동으로 여정의 끝에 도달한다.

르 클레지오는 인간의 삶이 끊임없는 올가미와 그물이 가득한 고통의 여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고통의 여정에서 자기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방법은 거침없는 결정과 끊임없는 행동뿐임을 말한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보편적인 인간의 성질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근원으로의 회귀”는 자기 집 침대에서 자는 게 편한 것과 같은 문제가 아니라 자기 본연의 모습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자기 본연의 모습에 도달하는 방법은 다르고 스스로의 결정과 행동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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