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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침묵의 봄》은 레이첼 카슨이 “1962년 여름 동안 <뉴요커(New Yorker)>지에 연재했던 내용을 묶어 (같은 해) 9월에 발표한 책”이다. 이 책은 인간의 근대적 생활방식이 복합적인 환경문제를 초래했으며, 그 근대적 생활방식의 영위를 위해―농산물 생산량 유지를 포함해서―인간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는 수준을 넘어 파괴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생태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등장한 화학물질이 우리 환경을 삼켜버리면서 전혀 새로운 공중보건 문제가 대두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류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동안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게 되었”고,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사람을 제외하고 이런 오염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스스로 초래한 문제에 직면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얼마 전 친구와 함께 남산 입구에 있는 약수터에 들렀다. 친구는 약수터 한 쪽에 걸려있는 빨간 바가지에 졸졸 흐르는 약수를 받아 개운하게 마셨다. 아주 개운하고 시원해 보였다. 그러나 빨간 바가지를 제자리에 걸어놓는 순간 친구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불쾌한 듯이 아직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은 약수를 땅에 주르륵 뱉어내고는 침을 뱉었다. 바가지들에 밀려 <경고문>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대장균 검출, 음용 금지” 애초에 오염된 대기를 지나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를 산을 타고 내려오는 물을 마시는 게 찝찝한 나는 약수를 마시지 않았다. 친구가 그 약수를 마시기 전에는 나이 지긋한 노인 두 분이 시중에서 구입한 큰 생수통 두 병에 약수를 가득 채워 갔다.
생각해보면 이미 지구 생태계와 자연 환경 오염에 대한 문제는 복합적으로 크고 넓게 분포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경험들을 일일이 늘어놓는 것은 무의미하다. 레이첼 카슨은 이 책에서 생태계 파괴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자문하면서 독성 화학물질의 잔류 허용량을 폐지하는 것, 식품의약국 조사관을 대폭 늘리는 것, 시장에서 거래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교육 실시, 비화학적인 방법 개발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해결책이 근본적인 생태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게 된 초기의 배경 즉, 인간이 자연과 인간 자신의 유기적인 관계를 잊고 산업 활동을 하기 시작한 지점에 생태계 파괴의 근본 원인이 존재할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을 모르고 확장하며 “진실을 발겨야 할 과학이 ‘이익과 생산이라는 현대적인 신을 섬기기 위해’타협점을 찾고 있”는 상황을 놓고 레이첼 카슨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위와 같은 주먹구구식 해결책을 제시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의 흥미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책이 있다면, 현실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책도 있다. 《침묵의 봄》은 인간이 자연과 지구의 입장을 고려하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을 편집하는 편집자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라고 느낄 수 있을 때 최대한 빠르게 책을 출간해야 한다. 그리고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와 사건에 대한 경과 혹은 결과를 출판사 블로그, 홈페이지, 책의 개정판 등을 통해서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