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은 10개의 한국 공포 소설로 이루어져 있고, 10개의 소설 중 첫 번째 소설이 신지수의 「나의 식인 룸메이트」이다. 나는 이 서평에서 「나의 식인 룸메이트」의 줄거리 전부는 다루지 않을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끝까지 잃지 않은 관심의 초점은 오로지 ‘공포는 무엇인가’였다. 공포는 어디서 비롯되고 어떻게 발생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찾기 위해 「나의 식인 룸메이트」를 충분히 오독했다. 「나의 식인 룸메이트」의 모든 상황이 오독한 내 추측과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 추측은 공포의 일면을 드러낸다. 「나의 식인 룸메이트」에서 주인공 나의 룸메이트인 식인 괴물은 주인공 나의 또 다른 자아임을 드러내는 표지들을 소설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식인 괴물이 주인공 나의 또 다른 자아임을 밝히는 과정은 이 소설이 공포 소설이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괴물의 무자비한 살육이 주는 공포보다는 주인공 나가 현실에서 느끼는 감당하기 힘든 증오와 분노를 식인 괴물이라는 다른 자아로 뿜어내고 행동하는 과정이 더욱 공포에 가깝기 때문이다. 첫 번째 단서, 주인공 나는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생존의 위협과 자신보다 잘난 동료에게 느끼는 열등감으로 꽉 찬 불안과 증오의 인생을 살고 있다. 술에 취한 나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자신의 오피스텔 앞에 도착한다. 그리고 나는 자신의 손으로 열쇠를 돌려 자신의 오피스텔 문을 열고 식인 괴물과 처음으로 대면한다. 이는 주인공 나가 자신의 또 다른 자아와의 첫 만남을 상징한다. 그리고 나는 직접 열쇠를 돌렸다. 즉 불안과 증오를 이기지 못하고 또 다른 자아에게 자신을 내주고 말았다. 이는 주체적이라기 보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서, 식인 괴물이 주인공 나에게 말한다. “내가 원하면 아무도 나를 볼 수 없다. 그리고 어디든 갈 수 있지. 넌 나를 벗어날 수 없어.” 자아는 분리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눈에 보이는 몸체는 주인공 나 하나기 때문에 나 이외에 누구도 그 식인 괴물을 볼 수 없다. 그리고 주인공 나는 자신에게서 도망갈 수 없다. 세 번째 단서, “내 자신이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괴물과의 계약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주인공 나가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식인 괴물과의 관계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 나가 취한 상태에서 열쇠를 돌리는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식인 괴물과 만났을 때 식인 괴물은 이미 한 사람을 먹어 입가에 시뻘겋게 피가 묻어 있었다. 그 피는 증오와 분노를 이기지 못한 주인공 나가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식인 괴물에게 먹혔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나와 식인 괴물은 애초에 계약관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공포 일본 작가인 이즈미 교카의 「외과실」이라는 작품에서 백작 부인의 그 지독한 인내의 감정과 행동은 공포를 자아낸다. 공포는 순간적인 위협과 잔인함이 아니라 벗어날 수 없는 아득함과 답답함이다. 역설적으로 그 아득함과 답답함은 간결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어떤 방법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상황이 그것이다.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은 증오와 분노에서 비롯되는 생명의 위협 또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인내에서 시작한다.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공포와 직접적인 공포는 다르다. 간접적인 공포는 발생 이유가 위와 같지만 직접적인 공포는 생명의 위협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생명의 위협을 제외한 공포들은 모두 허구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