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거짓말 사전 - 남자들이 자주 쓰는 사악한 거짓말을 파악하는 법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남자들의 거짓말 사전’이라는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거짓말 유형과 그 거짓말이 꼭 남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 ‘유치하고 한심스러운 그러나 귀여운 남자들의 거짓말’ 혹은 ‘인간들의 덜떨어진 거짓말’ 정도가 이 책의 제목으로 비교적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시 제안한 제목처럼 이 책은 가볍고 유쾌해서 책 속 내용 이상의 함의를 찾거나 정의하는 건 시간낭비일 수 있다. 다른 함의를 찾는 것보다 저자 베리시무의 문장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 책을 가장 쉽게 이해하고 즐기는 방법이다. 베리시무는 “우리 남자들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만일 어쩔 수 없이 한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들, 여자들을 위해서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해 “그 덜떨어진 소년이 바로 당신이다. 지금 당신이 보이고 있는 그 모습은 꾸며진 모습이다. 당신은 바보짓을 잠시 쉬고 있는,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바보 종합 세트’일 뿐이다. 유치하고 한심스러운 것만이 남자의 ‘진정한’ 모습인 것이다.”라는 끝 문장으로 이 책을 간단하게 정의하면서 독특한 일관성을 유지하며 책을 끝마치고 있다. 베리시무는 남자들의 허영심과 자존감의 유지, 보수에서 비롯되는 거짓말이 얼마나 유치한 것인지 그리고 그런 거짓말을 하는 남자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 반어적 표현들로 비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을 하다보면 내가 하는 거짓말이 진실이라고 착각하고 결국 그 거짓말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접하는 세계 또한 입력되는 거짓말(선택적 지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을 ‘선택적 지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선택적 지각의 과정에서 자신에게 거짓말을 입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 왜곡된 상태로 입력된 거짓말은 입으로, 글로 출력될 때도 거짓말이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출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 가지 간단한 이유가 있다.
1. 눈앞의 난관을 피하기 위해
2. 귀찮아서
3. 이상적인 내 모습에 가깝고 싶어서
4. 타인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네 가지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를 보면 결국 거짓말은 어떻게 둘러대고 핑계를 대봤자 타인을 위해서(여자들을 위해서)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거짓말은 온전히 자기만족을 위한 욕구에서 비롯된다. 거짓말로 ‘꾸며진 모습’에 만족하고자 하는 욕구 자신의 이상적인 욕구와 현실의 불일치, 그 간극을 메워주는 것이 거짓말이고 그 간극을 메우려는 욕구가 거짓말을 출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욕구에서 비롯되는 거짓말이 있다면 선의의 거짓말 혹은 일상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자잘한 상황들을 유연하게 비껴나가기 위한 거짓말도 있다. 그만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으며, 그 왜곡된 상황들에 잘 대처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애인과 데이트가 있을 때, 사람들은 괜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일이 있다거나 친구를 만난다거나 하는 일상적인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더 이상의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과학기술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처럼 거짓말은 현실 상황들을 더 비틀어 아프게 만들 뿐이다. 선의의 거짓말이든 악의의 거짓말이든 거짓말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점들이 있게 마련이며 이 책의 첫 이야기 「오늘 밤 저녁 초대는 정말이지 가고 싶지 않군」에서 그 지점을 찾을 수 있다.

가볍게 읽고 유쾌하게 웃을 수 있으며, 한 번쯤 우스개로 써먹을 수 있는 상황들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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