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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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역할

지식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체계적 지식 구축을 통한 정확한 현상 파악과 그에 따른 해결책, 대안을 사회에 제시하는 것이다. 체계적인 구조로 지식을 구축해놓으면 우선 물에 뜨는 방법, 물의 흐름과 반응에 대해 몸으로 익힌 사람이 갖가지 영법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응용이 가능하다. 한 사람의 역량으로 세상의 많은 분야에 대한 체계적 지식을 모두 구출할 수 없기 때문에 각 분야 지식인들의 연대가 필요하고 그 연대를 통한 배움을 응용할 수 있는 체계적 지식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 지식에 틈과 균열이 있을 때 어느 순간 응용이 불가능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틈을 지속적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식인이라는 특정 계급에 대한 대중들의 지나친 숭배로 지식인들이 갈수록 오만방자해지고 자신보다 어리거나 학력이 낮은 사람에게 배우는 것은 수치로 여기며 학생들에게 배우는 것을 기분 나빠하고 오히려 그 특유의 오만방자함으로 학생들을 억누름과 동시에 자신들의 기반인 대중들을 은연중에 무시한다.

생산적 담론이 담긴 책

지승호가 좌파, 좌파에 가깝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7인을 선정해 인터뷰를 하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 판매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읽는 독자는 어떻게 이 책에 반응해야 할까? 아무래도 독자의 역할은(진보라는 단어와 의미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테니)“진보는 무엇일까?” “난 얼마나 진보적인가?” “진보는 필요할까?”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진보적이기 위해서는 어떤 실천이 따라야하고 그 과정을 한 번 생각으로 더듬어 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이 책에서 7명의 지식인들의 생각을 하나하나 꼬집고 반론하는 것보다 이 책에 정확히 반응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7인의 같은 혹은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승호가 다시 이런 인터뷰를 엮은 책을 낼 때에는 좌파 지식인 3, 우파 지식인 3으로 인터뷰를 구성해 짜임새 있는 질문으로 서로 상반되는 의견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에서 7인의 지식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바 중 하나가 우파 보수 세력이 너무 연구하지 않고 멍청하다는 것인데 독자들로 하여금 실제로 우파 보수 세력이 멍청한지 아닌지 느낄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보수 세력이 멍청한데 진보 세력 너희는 왜 보수 세력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느냐? 마음의 사치에 만족하고 있는 것 아니냐?란 질문이 나올 것이다.

정치인들의 언어 사용

내가 보기에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이 가장 많이 쓴 영어 단어는 ‘네가티브(negative)’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명박에 대한 ‘네가티브 공세’가 아니라 ‘네가티브’라는 단어, 맥락 속에서의 그 말에 있다. ‘네가티브’라는 말을 사용하는 데는 두 가지 명확한 이유와 몇 가지 추측을 할 수 있다.

하나, 함축하기 위함이다. ‘왜 날 비방해’ ‘쓸데없는 거짓말 하지 마’같은 반격을 ‘저 후보가 내게 네가티브 공세를 편다’ ‘네가티브가 많다’라고 짧게 말하기 위함이다.
둘, 이렇게 짧게 말하는 데는 부정적인 말과 그 어감을 피하고자 하는 데 있다. ‘네가티브’라는 표현은 그 맥락 속에서 뭉뚱그려진 단어인 동시에 한국어의 자칫 강한 어조로 들리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단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 그 사항이 미묘한 갈들이라도 생기면 실패하기 쉬운 것일 때는 모든 사소한 것에 신중하기 마련인데 정치계에서의 말 한 마디, 단어 사용 하나는 노무현의 발언이 일파만파 퍼져 비난 받는 것처럼 신뢰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 특유의 조심성과 회피 차원에서 ‘네가티브’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영어를 쓰면 더 유식하게 여기고 못 알아듣더라도 고개 끄덕이고 넘어가는 대중들이 있기에 ‘네가티브’같은 단어의 사용이 더 잦아진다. 이명박 같은 경우는 글로벌 CEO 대통령이라는 덕지덕지 붙은 수식어를 더욱 단단히 하는데 도움이 됐으리라. 또, 보통 한국 정치인들은 미국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정치 용어를 많이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네가티브’도 그 하나가 아닐지.

책 속에서도 여러 번 언급하지만 ‘진보개혁세력’ ‘삼성공화국’ ‘부동산 공화국’ ‘부패 민주주의’같은 모순된 표현의 사용도 여배우들이 더 벗어야 좋아하는 자극처럼 더 자극적인 단어로 자신의 글이 주목받기를 원하는 기자, 지식인의 욕망이고 이들이 욕망이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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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노무현, 황우석, 수구보수세력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서 곱씹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고, 젊은 층, 대학생을 비롯해서 사회 문제 의식을 갖기 시작한 ‘젊은 층들은 과연 역사의식을 담을 수 있는 신체인가? 아닌가?’에 대한 진중권과 손석춘의 이견을 조사해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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