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무얼 스마일즈의 인격론
사뮤엘 스마일즈 지음, 정준희 옮김, 공병호 해제 / 21세기북스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잔소리

'좋은' 말이 가득 담긴 책입니다. 좋은 말이지만 '좋은' 말도 한 두 번이지 옆에서 계속 조잘조잘대면 짜증나게 마련이지요. 길가다 만난 아무 연관없는 할아버지가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하는 것 같았습니다. 1871년에 출간된 책에 이제와서 글을 쓰는 방식에 대해 논하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는 알라딘 서평을 보고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인격론>은 총 12장으로 나뉩니다. 그러나 12장의 내용에서 핵심만 취합해 보면 모두 같은 말인데 단어만 다르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지요. 왜 12장씩이나 방대한(?) 양으로 나눴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각 장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보라'고 하는데 그럴바에야 500p의 책을 만들지말고 핵심만 간추러 더 얇은 책을 만드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요. 가격도 저렴해지고 휴대도 간편할 게 아닙니까. 그 많은 이름과 공감도 하지 못할 상황. 꼭 알지도 못하는-이름도 못들어 본-이들의 말이나 행동, 대화를 많이 담아내 설득하려고 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각 장마다 주제(?)에 맞추어 '수많은' 예시를 '풍부하게' 늘어놓는데, 정말 늘어놓습니다. 간간히 충고하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잔소리를 해댑니다. 은유와 비유를 통해 재미를 주며 자연스레 읽어나갈 수 있는 상상력과 문장력이 부족합니다.


개인-국가

책에 대한 내 '잔소리'도 이쯤에서 그만두어야 하겠지요. '처세 서적'이라는 단어는 단어에 대한 그리고 쓸데 없이 비싸고 쓸데 없는 생각만 전해주는 처세 서적에 대한 얼마간의 피해의식 때문에 불편하게 들립니다. <인격론>은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론 '처세 서적'이라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의 인격을 돌아보고 '인간답게 살아라'고 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자꾸 끌어와 다른 사람의 시선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인격적인 사람으로 말입니다. '처세의 고전'이라고 해야할까요. 

처세 서적처럼 개인의 이데올로기가 '풍부하게' 담긴 책도 없습니다. 저자가 권하는 삶에 묻어납니다. 그래서 '사실' 자체를 망각하거나 숨기려는 경우가 있는데 <인격론>의 경우 의도적이라기 보다 저자의 무지에서 비롯된 사실의 부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면을 생각하지 않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경우입니다. <인격론>의 내용에 '황우석'의 인격을 빗대어 개인의 인격이 국가의 흥망성쇠와 관련있다고 말하는 서평을 보았습니다. 황우석의 경우 황우석의 인격에도 문제가 있거니와 그를 따르는 대중의 '선전'과 '맹종'이 사회 문제, 대중의 문제가 된 것인데 국가의 문제랍니다. 당황스러웠지요. 이런 사상은 <인격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개인-국가에 대한 저자의 사상말입니다. 개인의 능력의 국가의 능력, 개인의 잘못은 국가의 오점. 개인과 국가에 대한 견해는 서로 다르겠지요. 제 생각을 '가라타니 고진'의 도움을 빌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국가는 더 많이 그리고 계속해서 수탈하기 위해 재분배해줌으로써 토지나 노동력의 재생산을 보장하고 관개 등 공공사업을 통해 농업생산력을 높이려고 한다. 그 결과 국가는 수탈의 기관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농민이 영주의 보호에 대한 답례로 연공을 지불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면적으로 국가는 초계급적이고 '이성적'인 것처럼 표상된다..." (철학 삶을 말하다. 146p)

그렇기 때문에 한국같은 천민 자본주의 사회에선 국가와의 교환 가치가 떨어지는 이들은 철저히 소외되게 마련입니다. 이런 한국의 상황에 <인격론>의 내용처럼 진지해보이지만 한가한 이야기와 저자의 개인-국가 사상은 와닿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인격론>을 해제한 공병호씨는 비슷한 류의 책을 계속해서 출간합니다. 인기도 많다고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책이라는 매체의 신뢰성과 이상성을 매우 잘 이용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도 인격자가 될테야." "<인격론>을 읽어보세요."


그 밖에

좋은 말, 가끔 생각나게 하는 말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영웅적인 삶은 없고 노동자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실제 예시는 영웅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것. 철학적, 사회과학적 분석이나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 '신뢰할 수 없는' 사실들의 열거로 인한 지루함. 촘촘하지 못하고 너덜너덜한 책의 구조가 거슬리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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