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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5. 지금으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10대 중반, 중학생 때 속셈학원에서 내 주된 관심사는 자살이었다. 관심은 호기심으로 호기심은 으레 질문으로 변화한다.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죽고 싶어요. 자살하고 싶어요." 속셈학원 선생들-지금 생각해보니 물리선생과 수학선생에게 질문을 했던 것 같다-은 퉁명스러운 얼굴로 나무라기도 했던 것 같다.-진지한 대답이 기억나지 않는다. 자살하고 싶다는 다소 악취미처럼 보이는 내 호기심은 흔히 뉴스에서 보는 학업성적에 비관하거나 따돌림이 두려워 한 자살과는 달랐던 것 같다. 어디까지나 지금 생각해보건데 인생이 너무 무료하다는 생각이 그 어린 나이에 들었더 것 같다. 학교, 집, 오락실, 학원, 오락실, 집. 같은 일상과 항상 마주하는 얼굴들이 지겨웠던 것 같다. 25. 나는 지금도 그때처럼 뭐든 한가지에 충실하지 못한다.
어떤 이의 말처럼 주역의 요는 '지루하면 변해야하고 변하면 지루하지 않고 변하는 것은 영원하다'고 한다. 그래서 세상에 모든 것이 변한다는 말을 제외하고는 모두 변하나보다.
그 때는 우물 안 개구리여서 변화를 몰랐다. 대학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사람을 보게됐고 군대 생활을 통해 그것이 다듬어져 갔으며 그 경험으로 다시 사회를 항상 변화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정말 사람 질리게하는 일들 투성이지만 그것들은 극히 작은 일들이다.
"외부로부터 어떠한 위협도 침투해 들어올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를 세우려 하는 사람들은 외부 세계-모르는 사람, 낯선 장소, 새로운 경험-에 대한 방어에만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정작 내부 세계는 방치해둔다."
"스트레스는 대부분 자기 문제를 과대평가 하는 데서 발생한다." - 마이클 르뵈프
[베로니카...]의 한 구절, 마이클 르뵈프의 말처럼 그것들은 삶이라는 변화의 소용돌이, 우주에 비하면 티끌이다. 견뎌낼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고 있다면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마치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를 돕고 싶다는 듯 아주 근심스런 표정을 짓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그들 자신은 그나마 행복하다고, 삶이 그래도 그들에게는 관대했다고 믿으며 즐거워한다."
사람들이 비열해보이고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위의 베로니카가 그렇다.
"미쳤다는 게 도대체 뭐죠?"
"미친 사람이란 자기 세계 속에서 사는 사람이야."
하지만 베로니카는 그런 불쾌함도 삶의 티끌에 지나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기에 아직 어렸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몇 편을 보았고 그 안엔 사랑과 자유라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베로니카가 자신 안에서 자유와 사랑을 찾고 열정적일 수 있는 삶의 의미를 찾은 것처럼 각자 나름의 자유와 사랑이 존재한다고 파울로 코엘료는 말하고 싶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