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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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숨겨둔 바보를 찾아서

어릴적 고민중 하나는 '내가 너무 순진한 것 같다'는 것이다. 다른 애들은 나보다 더 챙기고 자기들 하고 싶은대로 하는데 나는 손해만 보고 고집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항상 양보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어떻게든 순진한 모습을 벗어버리고 조금은 매정해 보이려고 혹은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고는 했다. 뭔가 나한테 손해될 것 같은 것은 기피하고 조금이라도 득이 될만한 것들만 찾아다녔다. 그렇게 몇 십년이 지났다. 
 

마치 거북이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연약한 살을 보호하기 위해서 단단한 등 껍데기를 진화시켰듯이 나도 내 한켠의 연약한 마음을 숨겨두려고 단단한 껍데기로 둘러싸 놓았다. 그런데 또 이런 부류가 같은 부류를 잘 집어낸다. 나처럼 그렇게 자신의 연약함 다른 표현으로 순수함을 꽁꽁 숨겨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아니 다들 이렇게 숨겨두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결국엔 다들 그렇게 마음속의 껍데기를 굳히면서 방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차신부님은 그냥 두고 보고만 있지 않는다.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때마다 바보존으로 밀어두고 숨겨두었던 것을 찾아 나섰다. 단순히 거기 그렇게 있었다고 외치는 정도가 아니라 그게 알고보니 소중하고 유용하기까지 하다고 한다. 시쳇말로 '헐'소리가 날 만하다.

바보의 유용함 몇 가지를 먼저 봐야겠다. 우리는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바보스럽다는 표현으로 몰아댄다. 하지만 초현대적인 유행을 끌어가는 사람들이 복고풍이라고 추앙하는 것이 결국엔 그 바보스러운 것들이다. 다들 '예'라고 하는데 '아니오'라고 하는 사람, 파격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그가 바로 바보였다. 일본의 센몬빠가, 일명 전문바보,에 의해 만들어진 장인문화로 그들은 10여명이 넘는 노벨상을 배출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를 계량화하기 위해 개발한 지능지수를 토대로 이 값이 낮을수록 바보에 가깝다고 획일적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감성지수와 의지지수가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성과로 나타나는지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1세기의 창의와 혁신이라는 키워드가 바보라는 단어와 겹쳐보이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상식을 의심하라 / 망상을 품으라 / 바로 실행하라 / 작은 일을 크게 여기라 / 큰 일을 작게 여기라 / 미쳐라 /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 황소걸음으로 가라 / 충직하라 / 투명하라 / 아낌없이 나누라 / 늘 웃으라

책에서 제시하는 바보철학 12훈이다. 이것을 실천하면 바보가 될 수 있다. 효율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그른 일을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헛똑똑이가 아니라 '시키는대로'와 '교육받은대로'를 거부하고 꿈꾸는 대로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바보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바보라 부른다. 그런데 그 상식이란게 우리의 눈을 통해서 들어온 것을 왜곡하고 우리 심장에 닿지 못하게 걸러버리고 있다는 것은 모른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을 시류라 한다. 시류에 역행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지만 결국 그런 사람이 새로운 세상을 선사한다는 것을 모른다. 큰 지혜가 어리석어 보인다는 것을 어리석은 자들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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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불평등을 말하다 - 완전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젊음에게
서정욱 지음 / 함께읽는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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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인간 이해를 위한 밑거름

여러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적인 고뇌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어디가 원문의 내용인지 저자의 해석인지가 좀 모호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접근이 불필요한 감상보다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지혜를 가감없이 잘 드러낸다고 생각된다.

책으로 들어가면서 처음 글,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에서는 그동안 내가 추구해왔던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해준다. 인간은 덜 현명할수록 더 행복하다라는 - 에라스무스가 한 말이 아니라 <오이디푸스 왕> 저자인 소포클레스가 한 말이기는 하지만 - 말은 우신의 주장을 잘 표현한다. 존재에 대한 허망함 같은 무의식적인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서 진리와 지혜를 갈구하지만 이 말을 듣는 한 순간 다시금 내가 서있는 자리, 그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이러다 나도 우신교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가 모르겠다.

에라스무스의 글 중에는 민중이 폭력을 휘두르거나 군주가 백성들을 설득하려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현인이나 철학자의 연설이 아니라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우화라고 말한다. 이 글은 최근에 읽은 <이야기 경영>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책에서도 폭군들이나 군주들은 백성들을 설득할 때 철학자가 아니라 구비문학을 잘 알고 있는 우화작가를 보내다고 한다. 몇 백년 전에 인문학자가 적은 몇 줄의 글이 최첨단의 기업들을 이끄는 경영자들의 경험에서 나온 이론보다도 더 진실에 근접하고 인간의 이해를 담고 있다.

우신이 주장하기로 인간이 행동하는 데 큰 장애 요소가 두 개 있다. 우유부단함과 두려움이라고 한다. 우신은 이 우유부단함과 두려움을 없애주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잘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책 머리의 에라스무스의 글을 읽다보면 이어지는 토머스 모어, 마키아벨리,존 로크.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더 들어야만 하나라는 회의가 든다. 필요 이상의 현명함을 얻어서 잘난 체하는 현자나 철학자처럼 너무 관념적인 생각으로만 나를 채울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철학자들이 얘기한 화두는 관념적이거나 허황하거나 편협한 또는 비현실적인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고 미래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주제들이다. 바로 정부,자유, 법, 평등,이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혹시 이것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오히려 나와 주변을 돌아볼 시간을 너무 가지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화학을 배우다보면 개별 원자들의 특성은 단순하고 명쾌한데 반해 이들이 결합한 분자들의 특성은 굉장히 다양하고 게다가 각 원자들의 특성과는 완전히 다른 직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어 혼란스럽기까지 할때가 있다. 이런 모습을 자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흥미를 잃게 된다. 알고 보면 원자들의 특성들에 대한 이해만으로도 화학을 전공할 것이 아니라면 충분한 식견을 얻을 수 있다는 점까지도 잊게 된다.  올해 출판계의 핫 이슈였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로 가장 기본적인 원자적인 철학적인 주제, 어찌보면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으로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주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면 원자를 이해하기 전에 이미 분자와 고분자 복합물에 대해서만 배워서 애늙은이가 되어버린 나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자유, 법, 정부, 정의, 이상과 같은 기본적인 주제에 대해서 뛰어난 철학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준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기본으로 돌아갈 기회를 가지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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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이펙트 -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힘
이준구 지음 / 아라크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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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페이스북'을 넘어설 동양의 '인명부'를 기대하며

 

페이스북과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에 관한 기사가 연일 뉴스를 달구고 있다. 얼마전에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가 개봉되었고 영화까지도 순위권 안에 들면서 이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도대체 페이스북이란게 뭔데 이리도 요란할까?

 

페이스북 광팬이 아니라 자세히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페이스북이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한 두번만의 페이스북 체험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의 어쩔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덕분이기는 하지만 여느 외국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로그인 과정이 마음을 끈다. 이메일과 패스워드만으로도 바로 계정이 만들어진다. 로그인 후 펼쳐지는 페이스북은 알록달록한 색상과 휘리릭 날아다니는 국내 사이트들의 이미지에 익숙해진 내게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평이하다. 하지만, 곧이어 페이스북이 자신의 역량과 진면목을 과시한다. 별다른 정보를 넣지도 않았는데 친구를 추천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책에서 얘기하는 페이스북의 성공요인을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학교내 클럽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이런 클럽 활동을 오프라인이라는 제약을 벗어나 다양한 경로로 강화하고 확장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었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조금의 여비와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면 만날 수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에 비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개방적이라 하더라도 별다른 일이 없이 수시로 연락하기란 쉽지 않다. 페이스북은 로그인하는 것만으로도 피드 기술을 통해서 상대의 근황을 알려준다. 비슷한 사례인 싸이월드만 해도 최근까지도 상대의 근황을 알려면 상대의 홈페이지를 찾아갔어야 했다.

 

페이스북의 성공요인을 나의 시각으로 다시 정리해보면 강력하고 정확한 친구 찾기와 추천, 뉴스 피드, 오픈 플랫폼 그리고 사교 클럽활동, 지리적인 여건, 잦은 이직과 구직같은 미국적인 환경이 잘 어울렸다는 점이다. 성공할 만한 필수요건들은 다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자연히 페이스북의 성공이 우리에게 어떤 여파를 끼칠 수 있을까 그리고 지속적일까 하는 의문이 따른다.

 

저자는 주로 비즈니스적인 측면 특히 구글의 광고방식과 비교해서 페이스북이 가져올 광고방식의 변화와 잠재력에 집중한다. 타당해 보이는 견해다. 구글의 광고는 검색어에 기반한다. 검색을 유인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아마 구글과 같은 방식으로 구글과 경쟁할 상대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방식은 어떤가.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인맥정보와 '좋아요'를 통해서 자신의 선호도를 표시한 결과 등을 기반으로 적절한 광고를 제시해줄 수 있다. 페이스북은 구글에 비해서 훨씬 작은 노력, 즉 나를 찾아온 사용자들이 나누는 정보만으로도 구글보다 더 정확한 광고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만 아직은 말 그대로 가능성뿐인 상태로 보인다. 저자는 아직은 그런 수준은 아니고 그러기에 마케터들의 기회의 땅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 '페이스북 이펙트'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동일한 책이름으로 번역서와 이 책이 나란히 있다. 번역서와의 경쟁이라니 참 운때가 안맞다라는 측은한 생각도 들지만 내 경우에는 국내 저자라 오히려 더 관심이 가기도 했고 반면 국내 기술 서적들의 약점인 사례와 근거 부족의 문제점이 있는건 아닐지 걱정도 되었지만 저자의 SNS에 대한 관심, 열정과 지식이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 주었다.

 

국내저자가 쓴 미국의 성공적인 소셜 네트웍 서비스에 대한 이 책은 나에게 상반된 감정이 일게 만든다. 신영복 교수님은 '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에서 세계관의 전환이 서양적인 존재론에서 동양적인 관계론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페이스북은 동양적인 관계 개념에서 기회를 포착한 서양의 젊은이가 서양의 문화에 동화되어 정체성이 모호해진 동양의 젊은이보다 한 발 앞서 오프라인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온라인 관계망을 세상에 내어놓은 것이다. 현재로서는 다른 경쟁이 없어보이고 페이스북으로 이제는 '소셜 플랫폼은 끝났다'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우리의 DNA에 녹아있는 관계의 본능으로 언젠가는 페이스북을 넘어설 동양의 '인명부'가 탄생할 날이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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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아이 마인드 (i Mind) - 세계를 열광시키는 통찰력의 비밀
김범진 지음 / 이상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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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선(禪)의 교차 / At the Intersection of Techonology and Zen

 

'어, 낚인거야?' 이 책을 받아들고 처음 내뱉은 말이다. 허접한 제본상태 - 속지 접착 상태가 안좋았음-에다 웹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문고판 크기의 얇은 책을 보며 실망스런 생각이 들었다. 서울 출장길에 가방에 넣어뒀다 마무리하고 내려오는 길에 후다닥 읽어봐야지 하고 다시 펼쳐서 읽었다. 스티브 잡스와 선, 다소 억지스럽게 관계지으려고 하거나 중언부언하면서 페이지나 채우겠지하는 선입관이 페이지를 넘기면서 차츰 사라진다.

 

애플이 하루가 멀다 않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뉴스거리가 되면서 많은 책들이 최신의 다양한 경영방식, 심리학 등의 기법을 이용해서 i 시리즈로 대변되는 애플의 제품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애플이라는 기업을 논하고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신랄하게 파헤치고 분석하고 그러면서 너도 나도 찬양을 한다. 이런 접근 방식이 정말 올바른가. 드러난 성과를 전제로 한 시각과 그에 따른 분석은 토대가 되는 성과가 한순간 무너지게 되면 곧바로 거짓말이 되어 꼬리를 감추게 된다.

 

기업의 성공이나 명성은 찰나적이다. 연타석 홈런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다가도 한순간의 실수로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애플이라도 천하의 스티브 잡스라도 그런 역경에서 벗어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결국 그 많은 찬사들과 분석들이 거짓말이 되고야 말 운명이란 말인가. 외양만을 두고하는 분석은 거짓말이 되겠지만, 애플과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내면을 파헤치고 본성을 드러낸 분석은 외적인 성패와는 관계없이 유효하고 심지어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은 그 완결성을 논하기전에 이런 시각으로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논한다.

 

스티브 잡스가 선수행자였다니. 다소 근거없이 보이는 말처럼 들리지만 1982년 촬영된 사진 한 장이 마음 한켠의 의구심을 날려버린다. 그리고 그의 말, "필요한 것이라곤 한 잔의 차와 조명 그리고 음악뿐이었습니다."

 

잡스를 포함한 미국의 많은 지성인들이 불교, 특히 선에 끌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독립적인 성격과 강한 자존심, 지성적이면서도 저항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부처든 불법이든 신이든, 그외의 모든 것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만 의존하는 선의 마음과 통한다는 것이다. 불교와 선이 동양에서 탄생했으니 당연히 동양적 사고를 바탕으로 할 것이다라는 틀에 박힌 생각을 했었는데, 관계의 연을 끊고 속세를 떠나서 깨달음을 갈구하는 하는 모습이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의 모습보다는 과연 개인을 중시하는 서양에 근접해 있다.

 

선은 단순함을 추구한다. 선은 겉치레를 벗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애플의 제품이야 말로 겉치레를 벗어버린 단순함의 극치이다. 지금 내 앞에 놓인 iMac의 리모콘도 손가락 길이에 버턴 세 개가 전부이다. Front row를 구동하고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단순함의 추구가 치밀하게 계산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소박하고 단순한 의상과 일상 생활 등 선수련을 통해서 몸에 베인 의식이 제품에 투영된 것이다.

 

"해적이 될 수 있는데 왜 해군이 되겠는가?" 잡스는 관습과 상식을 따르지 않는다. 한마디로 파격적이다. 파격은 격식 즉 기존의 틀, 생각, 선입견을 뒤집고 깨부수는 것이다. 그의 파격적인 정신도 선으로부터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파격이라고 하면 폭력이나 과격이라는 의미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선에서의 파격은 오히려 관념으로 굳어지고 절대적인 것이 되어 버려 폭압적이기까지한 고정관념과 사고의 틀을 깨부수고 거부하는 힘이다.

 


도의 길을 따르는 자들이여! 진정한 통찰력을 얻고자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 의해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는 일이라네. 자세들의 길을 가로 막고 선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 즉시 없애버리게.

 

애플의 제품은 사용자 자신조차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욕구를 충족해 준다. 그런 통찰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선의 곧바로 정신 즉 직관(直觀), 직지(直指), 즉시(卽時)가 그 열쇠이다. 선의 '곧바로' 정신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생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경험할 수 있다.

 


수행을 통해 대상을 처음으로 직접 경험하게 된 순간의 황홀함! 사람들은 이 순간을 찬탄한다. 나무가, 바람이, 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온 세상이 생생하게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다.

 

개인적으로 맥을 사용하고 IT업종에 종사하면서 누구 못지 않게 스티브 잡스에 대한 찬사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그의 내면의 모습에 대해서 그가 진정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왜 그리 기인같은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드러나지 않은 면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물론 저자도 말하듯이 출판 인쇄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모습이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스티브 잡스의 실제 모습 이상으로 그의 긍정적인 면만을 그렸다고 해도 어떠한가. '스티브 잡스'를 '이름 없는 선수행자'로 바꾸고 그가 선을 통해 얻는 직관으로 세상을 직시, 즉시하고 사람들이 미처 상상도 하지 못한 단순하고도 파격적인 제품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더불어 배움을 얻고 있으면 그만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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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보다 해법이 많다 - 못난 사람이 핑계만 찾는다
우간린 지음, 류방승 옮김 / 아라크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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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제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

문제와 해법을 다루는 책은 많다. 구체적인 방법 하나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분석하기도 하고 성공적인 사례들만을 모아서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의 접근은 조금은 독특하다. 특별히 눈에 띄는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돌아보면 방법을 몰라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문제를 잘못 이해하거나 자포자기 하거나 심지어는 문제가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해서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문제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다. 이 책은 바로 문제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에 관한 책이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3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장이라고 분류해도 될 듯 한다. 마음에 와닿는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능동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남보다 앞서 간다. '누구는 수동적으로 해법을 찾나? 나도 능동적으로 찾아. 하지만 안되는 걸 어떡해!'라고 울분을 토할 수도 있겠다. 그런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다. 혹시 일을 꾸려나가다가 미심쩍은 부분이 보였지만 그냥 외면한 적이 없었는가. 괜히 들쳐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던 적은 없었던가. 항상 시간에 쫒긴다고 느끼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능동적으로 해법을 찾야아 한다는 말을 가벼이 넘길 수 없을 것이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노고보다 공로에 신경써라.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령 야근을 하지 않고도 매일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사람과 매일 야근을 하고 심지어 주말까지 반납하고 열심히 일하지만 성과는 투입한 시간에 비해 고만한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인정받고 성공할까.


열정만으로는 부의 증가나 사업의 성공이 결코 보장되지 못한다. 비즈니스는 바로 전쟁이다. 지혜나 방법이 결여된 열정이나 선한 마음, 호의 등은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뿐이다.


지엽적인 일에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하지 말고 스티븐 코비의 'First Things First' 구호처럼 긴급성과 중요성을 잘 따져야 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보나 교훈을 주지 않는 독서에 열중하는 것은 시간낭비에 다름아니다.

이 책에서 문제를 대하는 태도로 가장 강조하는 말은 바로 '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항상 문제보다 해법이 많다'이다. 이 말을 소리내어 읽는다면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을 더 크게 읽어야 한다. 문제와 해법을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면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사람에게는 문제는 기가 죽어 사그러들고 무수한 해법이 수면위로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에게나 수동적인 사람에게는 문제는 문제가 아니라 태산준령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해법은 그 너머로 숨어버린다.


'방법이 없다'라는 말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변명거리를 찾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 말 한마디가 수많은 기회를 없앨 뿐만 아니라 당신이 나아가는 길에 방해물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어렵다고 하지 말고 전력을 다하고 있는지 물어라. 내가 지금 최선을 다했는가. 왜 최선을 다하지 않는가. '나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라는 허상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켜라. 책에서 언급하는 포드의 V8 엔진 개발사례와 같이 불가능할 것 같아 보이는 일을 대할때는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한쪽에 제쳐 놓고 문제를 다시 대면해야 한다. '불가능'을 옆구리에 끼고는 불가능이 이끄는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산이 첩첩하고 물이 겹겹이라 길이 없을 것 같지만 버들이 그윽하고 꽃이 밝은 또 한 마을이 있네'


지금 당장 발로 뛰어라. 어제 우연히 서점에서 실업고 출신으로 도전 골든벨을 울린 여성에 대한 책을 훓어보았다. 요약하면 고단하고 힘든 삶 - 젊은 나이에 암진단을 받았다 -을 걸었지만 지금은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73개를 차근 차근 달성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73개가 아니라 백개, 천개라도 댈 수 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중 3개라도 달성한 사람은 드물다. 무능해서,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발로 뛰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럴만한 절박함을 느끼지 못해서이리라.


영감은 게으른 사람의 방문을 싫어한다. 순수한 이상은 삶에서 가장 값싼 물건이다.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하지만 멀리 날지 못한다. ... 0에서 1까지의 거리가 1에서 1000까지의 거리보다 더 크다. 수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늘 문 밖에서 오랫동안 배회하기 때문이다.


문제도 마찬가지다. 'B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라는 책 중의 한 문장처럼 해법이 떠오르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머리속에만 있는 해법은 해법이 아니다. 행동으로 옮겼을 때에서야 비로소 해법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시자생존'이라고 한다. 즉 시도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분명히 할 수 있다. '학습된 무력감'이라는 말이 섬뜩하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어느 누가 자식과 학생에게 무력감을 가르치겠는가. 하지만 무력감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들을 타고난 성격이라 몰아부치기에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용의점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남을 탓해봐야 소용없다. 내 안에 숨은 '학습된 무력감'을 도려내고 자신감을 가지고 문제를 대하는 것은 결국 누구 하나 도와줄 수 없는 나의 숙제이다.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남들이 나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 자신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덫'으로 자신을 옭아매지 마라. 다른 사람들의 틀에 자신을 맞추지 마라. '학습된 무력감'을 제거하라.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문제는 기회이다. 우리는 문제라고 하면 소스라치듯이 놀라는 경향이 있다. 선천적인 특성인지 아니면 우리가 학교생활에서 다루는 지겹도록 끊이지 않는 문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문제로 느껴진다. 문제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닐 것이다. 더 나태하고 진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 문제는 나를 더 성숙하게 하고 발전시키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 문제를 문제가 아닌 기회로 성장의 발판으로 인식하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것도 몇 가지 정리해봤다.


  • 수평적 사고를 하라 - 수직적 사고는 주로 논리에 의거하며 한가지 고정된 사고에 따라 나아간다. 반면 수평적 사고는 다각도로 사유하는 것이다.
  • 단순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라 - 오컴의 면도날, 본질과 무관한 정보는 과감히 잘라내라.
  • 문제를 전환하라 - 문제 주체, 유형, 순서, 정황, 대상, 초점, 방향을 전환하라.

지나고 보면 어려움과 문제라고 느꼈던 것들이 히죽 웃음 한 번 흘릴 정도의 사건이었던 것이 많다. 문제에 매몰되어 고민만 하다보면 마치 문제가 삶의 전부인마냥 느껴지지만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헤쳐나가다 보면 문제는 왜소해지고 문제를 풀어냄으로써 내가 얻게될 새로운 기회와 깨달음으로 전환된다. 문제를 앞에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문제없이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려서 걱정거리가 없는 사람에게도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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