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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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숨겨둔 바보를 찾아서

어릴적 고민중 하나는 '내가 너무 순진한 것 같다'는 것이다. 다른 애들은 나보다 더 챙기고 자기들 하고 싶은대로 하는데 나는 손해만 보고 고집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항상 양보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어떻게든 순진한 모습을 벗어버리고 조금은 매정해 보이려고 혹은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고는 했다. 뭔가 나한테 손해될 것 같은 것은 기피하고 조금이라도 득이 될만한 것들만 찾아다녔다. 그렇게 몇 십년이 지났다. 
 

마치 거북이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연약한 살을 보호하기 위해서 단단한 등 껍데기를 진화시켰듯이 나도 내 한켠의 연약한 마음을 숨겨두려고 단단한 껍데기로 둘러싸 놓았다. 그런데 또 이런 부류가 같은 부류를 잘 집어낸다. 나처럼 그렇게 자신의 연약함 다른 표현으로 순수함을 꽁꽁 숨겨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아니 다들 이렇게 숨겨두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결국엔 다들 그렇게 마음속의 껍데기를 굳히면서 방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차신부님은 그냥 두고 보고만 있지 않는다.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때마다 바보존으로 밀어두고 숨겨두었던 것을 찾아 나섰다. 단순히 거기 그렇게 있었다고 외치는 정도가 아니라 그게 알고보니 소중하고 유용하기까지 하다고 한다. 시쳇말로 '헐'소리가 날 만하다.

바보의 유용함 몇 가지를 먼저 봐야겠다. 우리는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바보스럽다는 표현으로 몰아댄다. 하지만 초현대적인 유행을 끌어가는 사람들이 복고풍이라고 추앙하는 것이 결국엔 그 바보스러운 것들이다. 다들 '예'라고 하는데 '아니오'라고 하는 사람, 파격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그가 바로 바보였다. 일본의 센몬빠가, 일명 전문바보,에 의해 만들어진 장인문화로 그들은 10여명이 넘는 노벨상을 배출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를 계량화하기 위해 개발한 지능지수를 토대로 이 값이 낮을수록 바보에 가깝다고 획일적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감성지수와 의지지수가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성과로 나타나는지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1세기의 창의와 혁신이라는 키워드가 바보라는 단어와 겹쳐보이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상식을 의심하라 / 망상을 품으라 / 바로 실행하라 / 작은 일을 크게 여기라 / 큰 일을 작게 여기라 / 미쳐라 /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 황소걸음으로 가라 / 충직하라 / 투명하라 / 아낌없이 나누라 / 늘 웃으라

책에서 제시하는 바보철학 12훈이다. 이것을 실천하면 바보가 될 수 있다. 효율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그른 일을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헛똑똑이가 아니라 '시키는대로'와 '교육받은대로'를 거부하고 꿈꾸는 대로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바보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바보라 부른다. 그런데 그 상식이란게 우리의 눈을 통해서 들어온 것을 왜곡하고 우리 심장에 닿지 못하게 걸러버리고 있다는 것은 모른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을 시류라 한다. 시류에 역행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지만 결국 그런 사람이 새로운 세상을 선사한다는 것을 모른다. 큰 지혜가 어리석어 보인다는 것을 어리석은 자들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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