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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이펙트 -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힘
이준구 지음 / 아라크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서양의 '페이스북'을 넘어설 동양의 '인명부'를 기대하며
페이스북과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에 관한 기사가 연일 뉴스를 달구고 있다. 얼마전에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가 개봉되었고 영화까지도 순위권 안에 들면서 이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도대체 페이스북이란게 뭔데 이리도 요란할까?
페이스북 광팬이 아니라 자세히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페이스북이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한 두번만의 페이스북 체험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의 어쩔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덕분이기는 하지만 여느 외국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로그인 과정이 마음을 끈다. 이메일과 패스워드만으로도 바로 계정이 만들어진다. 로그인 후 펼쳐지는 페이스북은 알록달록한 색상과 휘리릭 날아다니는 국내 사이트들의 이미지에 익숙해진 내게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평이하다. 하지만, 곧이어 페이스북이 자신의 역량과 진면목을 과시한다. 별다른 정보를 넣지도 않았는데 친구를 추천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책에서 얘기하는 페이스북의 성공요인을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학교내 클럽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이런 클럽 활동을 오프라인이라는 제약을 벗어나 다양한 경로로 강화하고 확장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었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조금의 여비와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면 만날 수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에 비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개방적이라 하더라도 별다른 일이 없이 수시로 연락하기란 쉽지 않다. 페이스북은 로그인하는 것만으로도 피드 기술을 통해서 상대의 근황을 알려준다. 비슷한 사례인 싸이월드만 해도 최근까지도 상대의 근황을 알려면 상대의 홈페이지를 찾아갔어야 했다.
페이스북의 성공요인을 나의 시각으로 다시 정리해보면 강력하고 정확한 친구 찾기와 추천, 뉴스 피드, 오픈 플랫폼 그리고 사교 클럽활동, 지리적인 여건, 잦은 이직과 구직같은 미국적인 환경이 잘 어울렸다는 점이다. 성공할 만한 필수요건들은 다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자연히 페이스북의 성공이 우리에게 어떤 여파를 끼칠 수 있을까 그리고 지속적일까 하는 의문이 따른다.
저자는 주로 비즈니스적인 측면 특히 구글의 광고방식과 비교해서 페이스북이 가져올 광고방식의 변화와 잠재력에 집중한다. 타당해 보이는 견해다. 구글의 광고는 검색어에 기반한다. 검색을 유인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아마 구글과 같은 방식으로 구글과 경쟁할 상대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방식은 어떤가.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인맥정보와 '좋아요'를 통해서 자신의 선호도를 표시한 결과 등을 기반으로 적절한 광고를 제시해줄 수 있다. 페이스북은 구글에 비해서 훨씬 작은 노력, 즉 나를 찾아온 사용자들이 나누는 정보만으로도 구글보다 더 정확한 광고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만 아직은 말 그대로 가능성뿐인 상태로 보인다. 저자는 아직은 그런 수준은 아니고 그러기에 마케터들의 기회의 땅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 '페이스북 이펙트'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동일한 책이름으로 번역서와 이 책이 나란히 있다. 번역서와의 경쟁이라니 참 운때가 안맞다라는 측은한 생각도 들지만 내 경우에는 국내 저자라 오히려 더 관심이 가기도 했고 반면 국내 기술 서적들의 약점인 사례와 근거 부족의 문제점이 있는건 아닐지 걱정도 되었지만 저자의 SNS에 대한 관심, 열정과 지식이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 주었다.
국내저자가 쓴 미국의 성공적인 소셜 네트웍 서비스에 대한 이 책은 나에게 상반된 감정이 일게 만든다. 신영복 교수님은 '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에서 세계관의 전환이 서양적인 존재론에서 동양적인 관계론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페이스북은 동양적인 관계 개념에서 기회를 포착한 서양의 젊은이가 서양의 문화에 동화되어 정체성이 모호해진 동양의 젊은이보다 한 발 앞서 오프라인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온라인 관계망을 세상에 내어놓은 것이다. 현재로서는 다른 경쟁이 없어보이고 페이스북으로 이제는 '소셜 플랫폼은 끝났다'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우리의 DNA에 녹아있는 관계의 본능으로 언젠가는 페이스북을 넘어설 동양의 '인명부'가 탄생할 날이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