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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닝 - 모든 것의 시작
야자와 사이언스 오피스 지음, 장석봉 옮김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하는 시도
굳이 지나간 과거를 많은 투자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파헤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무심히 하게 된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꼭 필요하다 이다. 가령 목표를 세워서 공부하라고 하면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어야 수준에 맞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맞춤식 교육이 될 수 있다. 현 수준을 가늠하지 못한다면 너무 낮은 목표를 세우거나 또는 너무 허무맹랑한 목표를 세워서 시간낭비만 할 뿐이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목표를 구체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쩌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옛 선인들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패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우리는 적을 아는데 관심을 집중하지만 이 글귀에는 그에 못지 않게 나를 아는것에도 무게를 실고 있다. 인간의 존재 의미와 무수한 생물들중에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지만 끊임없이 호기심을 충족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존재라는데 공감이 간다. 즉, 인간이 나름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나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원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지상 최대의 쇼>와 같이 생명의 역사와 기원, 진화연구의 성과들을 풀어놓은 책들도 많지만 이 책은 우주, 은하, 태양계, 시간, 생명, 종, 인간의 순으로 거시적인 규모에서 미시적인 규모로 규모를 축소해가며 그 기원에 대해서 소개한다. 전달하는 지식의 깊이가 얇은 것 같기는 하지만 너무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흥미를 잃어버기게 하는 것에 비해서는 많은 것을 소개하기에 적절한 수준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시간의 기원에 대한 부분이다. 첫 인상은 우주, 은하, 태양계에서 생명으로 넘어가기 전에 시간이 들어있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시간의 기원에 대해서 논한다는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저자의 의도에 대한 오해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는 아주 적절한 편집으로 보여진다. 공간은 우리가 인식하고 제어하기도 쉽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다. 우주, 은하, 태양계가 공간적인 규모의 관점에서 장들이 나누어지고 다루어졌다면 시간에 대한 것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생물과 생물을 가르는 요인중 하나를 시간으로 봤을 수도 있겠다. 제한된 시간에 한해서만 생명이라는 것을 가지는 것이 생물이니 이 둘이 전환되는 시점에 시간에 대해서 살펴봤을 수도 있겠다.
책을 보다가 불현듯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이 떠오른다. 넓고 깊게 볼 수 있는데 처한 상황에 따라서 혹은 경험과 경륜의 부족으로 좁은 인식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을 염려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물 밖을 평생 보지 못한 개구리에게도 이 말이 의미가 있을까라고 질문해 보고 싶다. 그나마 은하와 태양계는 벗어날 수는 없어도 멀리서나마 다른 은하와 항성과 행성을 관측할 수 있지만 우주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 우주는 우리 개구리를 영원히 가둬두는 우물이다. 물론 우주의 기원하는 과학자들도 이런 인식은 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 있다. 혹자는 그들을 멍청한 개구리로 보겠지만 나는 그들이 쉼없이 창공은 향하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로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직접적으로 얻은 지식뿐만 아니라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지금, 내 존재의미와 소명을 돌아보고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결심을 다지는 좋은 기회로 삼을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