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불평등을 말하다 - 완전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젊음에게
서정욱 지음 / 함께읽는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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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인간 이해를 위한 밑거름

여러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적인 고뇌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어디가 원문의 내용인지 저자의 해석인지가 좀 모호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접근이 불필요한 감상보다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지혜를 가감없이 잘 드러낸다고 생각된다.

책으로 들어가면서 처음 글,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에서는 그동안 내가 추구해왔던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해준다. 인간은 덜 현명할수록 더 행복하다라는 - 에라스무스가 한 말이 아니라 <오이디푸스 왕> 저자인 소포클레스가 한 말이기는 하지만 - 말은 우신의 주장을 잘 표현한다. 존재에 대한 허망함 같은 무의식적인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서 진리와 지혜를 갈구하지만 이 말을 듣는 한 순간 다시금 내가 서있는 자리, 그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이러다 나도 우신교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가 모르겠다.

에라스무스의 글 중에는 민중이 폭력을 휘두르거나 군주가 백성들을 설득하려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현인이나 철학자의 연설이 아니라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우화라고 말한다. 이 글은 최근에 읽은 <이야기 경영>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책에서도 폭군들이나 군주들은 백성들을 설득할 때 철학자가 아니라 구비문학을 잘 알고 있는 우화작가를 보내다고 한다. 몇 백년 전에 인문학자가 적은 몇 줄의 글이 최첨단의 기업들을 이끄는 경영자들의 경험에서 나온 이론보다도 더 진실에 근접하고 인간의 이해를 담고 있다.

우신이 주장하기로 인간이 행동하는 데 큰 장애 요소가 두 개 있다. 우유부단함과 두려움이라고 한다. 우신은 이 우유부단함과 두려움을 없애주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잘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책 머리의 에라스무스의 글을 읽다보면 이어지는 토머스 모어, 마키아벨리,존 로크.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더 들어야만 하나라는 회의가 든다. 필요 이상의 현명함을 얻어서 잘난 체하는 현자나 철학자처럼 너무 관념적인 생각으로만 나를 채울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철학자들이 얘기한 화두는 관념적이거나 허황하거나 편협한 또는 비현실적인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고 미래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주제들이다. 바로 정부,자유, 법, 평등,이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혹시 이것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오히려 나와 주변을 돌아볼 시간을 너무 가지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화학을 배우다보면 개별 원자들의 특성은 단순하고 명쾌한데 반해 이들이 결합한 분자들의 특성은 굉장히 다양하고 게다가 각 원자들의 특성과는 완전히 다른 직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어 혼란스럽기까지 할때가 있다. 이런 모습을 자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흥미를 잃게 된다. 알고 보면 원자들의 특성들에 대한 이해만으로도 화학을 전공할 것이 아니라면 충분한 식견을 얻을 수 있다는 점까지도 잊게 된다.  올해 출판계의 핫 이슈였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로 가장 기본적인 원자적인 철학적인 주제, 어찌보면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으로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주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면 원자를 이해하기 전에 이미 분자와 고분자 복합물에 대해서만 배워서 애늙은이가 되어버린 나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자유, 법, 정부, 정의, 이상과 같은 기본적인 주제에 대해서 뛰어난 철학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준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기본으로 돌아갈 기회를 가지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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