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할머니 취향 알아? 할머니, 예쁜곳, 잔잔한 음악커피향 되게 좋아하셔. 엄마 눈에는 할머니 얼굴에주름살만 보이거, 그 너머는 안 보이잖아."

그러니 세월에 깍이고 시간에 마모된 할머니를 보는 엄마의 심정이 어떨거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 그 너머에는, 여전히 세상 모든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어린 소녀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흉터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눈에 보이는 육체에나, 보이지 않는 마음에나."
묵재는 언제나 처럼 조용하다. 나는 입술을 잘근거리다 다시 말을 잇는다.
"나는 인간이 스스로를 정확히 보는 게 의외로 힘들다고 생각해. 그런데 어떤 사건이나 계기로 인해 보일 때가 있어. 그것이 더 나은 부분일수도 있지만, 애써 감추려 했던 아픔이 수면으로 올라올 수도 있다고. 뻔한 말이지만 어쨌든 흉터는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내왔다는 상징이니까. 굳이 감춰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 P148

"나는 너와 아빠가 열심히 그런 나머지 그림들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얼룩은 안 사라져. 결국 더 짙은 색으로 덮을 수 밖에 없어. 행복이나 추억 같은 것으로.." - P168

비록 나는 내 얼굴을 볼수 없지만, 세상은 볼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어 기적처럼 내 얼굴과 마주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의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은 정도의얼굴을 만들어 가고 싶다. 표독하지 않은 표정과 웃는 주름이 많은 편안한 얼굴이 되길 바란다. 그 얼굴과 마주하는건 오직 내 노력 여하에 달렸다. 그래서 다행이고한편으로는 두렵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위해 정작 보이거않는 것들을 놓치게 될까봐.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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