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타인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며 단순히 웃기다거나, 평화로워 보인다거나 하는 것을 넘어 연민을 느끼게되는 것은 왜일까.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마음산책)이라는 책에서 연민이라는 감정을 ‘사무치는 동질감‘에서 오는 것으로 본다. ‘너‘와 ‘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정말 믿어짐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너‘의 자는 얼굴은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비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매일 실감하며 요즘을 지낸다. - P72

나는 내가 묽은 사람인 동시에 아주 미숙한 인격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알기로 인격이 미숙한 사람이자기 신념에 너무 몰입하여 엄격해지면 자신의 무결함에도취되기 쉽다. 나는 내가 채식생활에 진지해질수록 자꾸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는 법이라고 말하는 엄마가, 자꾸인스타그램에 삼겹살 사진을 올리는 친구가 야속하고 미워질까봐 겁이 났다. 서둘러치팅데이를 만든 것은 그즈음이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치팅데이의 두 번째 효능이다. 일 년에 한 번씩 나는 육식을 사랑하던 내 기원에 다녀온다. 동시에 내 신념을 자진해서 일부 더럽힘으로써(!) 내가 어쭙잖은 무결함의 도취로 가는 갈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정죄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미연에 막는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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