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제인 오스틴은 읽으실 수 있군요."
"그럼, 그리고 그게 바로 오스틴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아닐까.
책 속 세상과 현실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그 세상도 우리의 일부니까. 그러니 독서가 약처럼 힘이 될 때가 있는 거고. 아무리 어리석은 등장인물도 종국엔 일리 있는 행동을 하게 되잖아. 세상이엉망진창이더라도 일단 살아보는 게 어쩌면 가장 합리적일 수 있어 제인 오스틴이 여전히 인기 작가로 남은 이유도 그 때문인 것같아. 셰익스피어처럼 말이야. 작품 속에 모든 게 녹아 있잖아. 삶에서 중요한 것들, 그리고 지금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까지 다. - P163

 원체 혼자 지내던 사람이 대부분의 시간을 살내에서 보내기 시작하면서 몇 안 되던 친구와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아직 어린 에비였지만 그런 아가씨를 보며 진정한 위정은 성실한 노력과 꾸준한 활동 없이는 성립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82

"그래도요. 너무 불공평해요. 어르신이 아가씨의 상황을 필요이상으로 어렵게 만들어놓으셨잖아요.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그게 사실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모든 행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잖니. 공짜는 없는 거야. 같은 방식으로는 아니더라도 나 역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분명히 있거든." - P250

책을 읽을수록 애덤은 지금의 사회적 자아를 형성한 건 자기 자신이었음을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그는 자기 손으로 스스로를 무리를 겉도는 불쌍한 대리인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형언하지 못할 욕망을 일찌감치 끊어내기로 마음먹은 듯, 내면의 자아가 스스로에게 갇혀버린 사이 사회적 자아를 내세우며 살아왔다.  - P283

에비는 작은 의자에 앉아 완성된 카탈로그를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황홀한 심정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었다. 학문에 대한 열정이자 누구도 하지 않은 일을 성취했다는 자부심이기도 했다. 아직 열일곱도 되지 않은 이 소녀는 완전하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마을의 소년들이 아닌 책에서 찾아냈다. 에비는 평평하고 하얀 얼음 땅을 가로지른 유명한북극 탐험가들, 태평양을 항해한 쿡선장, 수세기에 걸쳐 전쟁을일으키고 싸워온 남자들과 모든 걸 정복하고 소유하려던 남자들의 힘을 떠올렸다. 에비 역시 이들과 비슷한 업적을 쌓은 거나 다름없었다. - P302

애덜린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원에서 벌어졌던 그레이박사와의 밤 사건 이후로 눈물을 흘리는 건 처음이었다.
슬프지만 어느 누구도 당신의 상실을 이해해줄 순 없어요. 그건 당신 몫이라서 오직 당신에게만 영향을 주니까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미미가 잠깐 숨을 골랐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당사자인 당신은 이해해야 해요. 당신만큼은 그 사건이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알아야 한다고요. 그래야 나아갈 수 있어요. 그래야 살 수 있고요. 그리고 변화를 경험한 사람은 다른 걸 원하거나 다른 사람을 원할지도 몰라요 알아요.
하늘이 용서하지 않을 것 같겠죠. 어떻게 감히 다른 사람을 다시사랑해요. 근데 애덜린, 당신은 아직 너무 젊어요. 그런 큰일을 겪고도 잘 견뎌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 이유를 낭비하지 말기를 바라요." - P333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이 아버님과 함께한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나머지는말이죠, 심지어 그 이야기를 해준 당신 어머니의 역할도 부수적일 뿐이에요. 내 생각은 그래요. 삶에는 중심이 있고 나머지는 그주변을 떠다닐 뿐이죠. 오직 당신만이 중심에 뭘 두고 싶은지 결정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이 그걸 결정하게 내버려두지 말아요."
애덤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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