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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 ㅣ 반올림 53
이자벨 콜롱바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8월
평점 :
지구를 사랑한다. 하지만 혼자 사랑한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사부작대는 소극적인 사랑이다. 혼자 걱정하며 애끓다가 이내 흐지부지되고 마는 그런 사랑이다. 미디어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서 나와 같은 지구사랑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희미하고 느슨한 연대일 뿐이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바꾼다는 말로 통용되지만, 그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사랑은 움직임이다. 실행이다.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
사랑은 마냥 행복한 꽃길이 아니다. 고통을 수반하는 가시밭길이다. 너무 아파서 내가 다 아팠다. 책을 보며 울고 말았다. 날 울게 하는 책은 별점을 다 채울 수밖에 없다.
그레타 툰베리에 영감을 받아 쓴 책일까. 청소년 환경운동가의 고유명사가 된 툰베리 외 그와 뜻과 행동을 같이하는 청소년이 많다. 힘 있는 어른들이 무기력하게 외면하는 데 반해 힘없는 청소년들이 환경문제의 시급한 해결을 요구하며 노력하는 아이러니다. 어른들이 각성하며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정의를 왜곡하고 역으로 공격하며 내모는 상황이 실제 현실인 것 같아 내내 화가 났다. 기후를 위한 투쟁은 만인을 위한 투쟁인데 지지와 응원만 보내도 부족할 일에 어찌 협박과 폭력을 동반한 증오를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끝내 누군가 죽고 다치는 극단에 이르러야 각성하고 반성을 하는 것일까. 왜 폭력의 끝, 지구환경 파괴의 끝에서 뒤늦은 후회를 하는 걸까. 너무 늦으면 돌이킬 수 없다. 왜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는가. 왜 바뀌지 못하는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달라지려 실천하는 사람들이 왜 다수가 아니고 소수인가. 누구만의 고통이 아닌 우리 모두의 당면과제인데 왜 의심하고 미루기만 하는가.
바르바라의 분노하는 에너지는 절망이 아닌 생의 충동을 안고 나아간다.
“내가 자신들보다 덜 고단한 삶을 살도록 나보다 앞서서 사람들이 벌인 투쟁을 잊고 싶지 않다. 나는 그 투쟁을 기리며, 내 뒤에 올 세대들의 삶이 지금 이 지구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싸운다.”
앞선 할머니의 가정폭력에 대한 저항, 투쟁이 있었고 바르바라는 그 투쟁의 정신을 잇는다. 이 책이 바르바라가 할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을 취하는 것도 그런 의미를 담는다. 할머니의 과거와 바르바라의 현재가 겹친다. 할머니의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파문을 몰고 왔다. 바르바라의 시위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변화를 성취해갈 것이다. 음모론, 회의론자들도 많지만 환경위기를 걱정하며 지구에 덜 해로운, 다른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합쳐 실행해야 한다. 더 적극적인 지구사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