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올까? 사계절 저학년문고 70
이반디 지음, 김혜원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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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아니지만 그림으로 먼저 만난다. 몽글몽글 기분 좋아지는 표지다. 살짝 뒤돌아 웃는 아이 옆 동글동글한 고양이, 여우, 너구리가 무장 해제시킨다. 그래서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꽃나무 아래 ‘누가 올까?’라는 물음에 ‘내가 갈까?’ 설레발 대답을 하고 싶어진다. 뒷표지는 또 어떤가. 분홍 솜사탕으로 얼굴을 다 가린 노란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다. 읽기 전부터 뭔가 행복한 기운이 전해진다.

세 편의 이야기 중 ‘여우 목도리’부터 차례로 읽는다. 타자와 관계 맺음으로 인해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일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알게 되는 이야기로, 책 속의 관계가 책 밖 관계로 영향력을 갖길 바란다. 여우를 죽이는 현실을 여우 꼬리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환상으로 슬쩍 버무리며 에둘러 비판하고 있다. 부끄러운 어른들을 답습하지 않을 아이들을 길러내는 동화의 힘을 본다.

두 번째 ‘고양이의 수프’, 저학년 대상 동화라지만 탄탄한 구성에 긴장하며 읽었다. 대접하는 귀한 마음을 헤아리자니 정말 난처한 상황에서 주인공은 용기를 내고, 뜻밖에도 다행히도 동화다운 맛을 구현한다. 고양이 선생님은 “우리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하지요.”라고 말한다. 길고양이들이 어렵게 먹이를 구하고 추운 겨울을 나는 현실을 짚으면서 진정한 배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진학, 취직을 위한 수단으로 간접적 도움만 주는 공부가 아닌 살아가는 데 직접적 도움을 주는 공부가 진짜 공부인데 말이다. 끝 장면 나무라는 엄마 말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하고 속상해하는 아이가 아닌 “재수 없지도 않고, 모두 힘껏 열심히 살고 있던 걸!” 똑똑하고 야무지게 할 말 하는 아이가 통쾌하다. 고양이는 고양이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회적 약자들을 대체해 읽어낼 수도 있겠다.

거칠게 요약해 은혜 갚은 너구리 이야기인, ‘봄 손님’은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누가 올까? 기대하고 기다리며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사는 일이다. 여기 고운 동화 세 편은 누구든 반기고 어울릴 수 있는 마음의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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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바깥바람 11
최윤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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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쿵! 책 밖에서 어른 노릇을 하다 지칠 때면 책 속에 숨어들어 내 안의 아이와 논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아이처럼 굴기도 하는데 아이들 앞에서는 어른 행세를 한다. 이 책에서는 내 안의 아이, 내 앞의 아이를 두루 다룬다. 밑줄 치고 끄덕대며 읽었다.

내 안의 아이: 많은 어른이 어린이책으로 분류되는 도서들을 놓을 수 없음은 ‘저마다 성장하느라 잘 떠나보내지 못하고 눌러둔 아이 시대의 감정을 차분히 음미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에게 건네는 심심한 위로의 선물’이 고프기 때문이었구나. 나이테처럼 내 안의 아이를 켜켜이 품고 영영 살다가 깊숙이 그 아이를 깨우는 책을 만나 쓰담쓰담 늦은 포옹을 하는 거구나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린이책도 책이지만 책을 왜 읽는가 자문해봤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다. 묵묵히 헤아려주고 다독여주며 길을 터주는 친구,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을 수 있는 친구가 늘 가까운 자리에 한결같이 곁에 있다. 그 든든함 때문에 책 속에 오래 머물게 된다.

내 앞의 아이: ‘제 머릿속에서 어디로 어떻게 길을 틔워가면서 성숙해갈지 모르는 아이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아주 적은 것이 아닐까’에 공감하면서 ‘학교는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지시만 할 뿐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신랄한 비판에는 당장 불쾌하다. ‘아무것도’는 아닌데 아니라 반박하기 위해 내놓을 내용물이 빈약하다는 사실에 한참 쓰라리다.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생각은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을 방해한다’, 방해라도 하지 말아야겠다. ‘보호해줄 때보다 존중해줄 때에 아이들은 훨씬 크게 자란다’는 말을 새긴다.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그 움직인 마음이 생각을 키우는 것임을 잊지 않고 내 할 일을 찾아야겠다.

구판이 나온 게 1997년, 개정판이 2018년이다. 지금은 2021년. 그 시간 간격만큼 저자의 비판, 지원이 반영된 어린이문학은 양적, 질적으로 많이 발전해왔기에 다행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물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해 답답한 현실 상황도 있다. 홍수처럼 넘쳐대는 어린이문학 도서들을 접하며 내가 제대로 읽고 있나,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만난 길잡이 책이라 반갑고 고맙다. 이 책에 언급된 책들을 도서관에서 찾아보며 공부하듯 읽기도 했다. 부록으로 언급된 도서 목록이 있으면 좋으련만 없어서 일일이 메모해야 했다. 이 정도 수고로움은 공부의 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푸른 개’,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나의 산에서’ 등 새로 알게 된 책도 있고 ‘알도’, ‘강아지똥’, ‘내 짝꿍 최영대’ 등 다시 보게 되는 책도 있었다. 절판되거나 오래되어 구하기 힘든 책들이 있어 이 책을 진작 만나지 못했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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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에서 중요한 건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거야. 이야기도 마찬가지."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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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 싱크대에 차를 부어 버리니, 빙빙 도는 그 갈색 물이 짜릿하다.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것 같고 낭비하는 것 같은데, 기분이 좋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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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 반올림 53
이자벨 콜롱바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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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사랑한다. 하지만 혼자 사랑한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사부작대는 소극적인 사랑이다. 혼자 걱정하며 애끓다가 이내 흐지부지되고 마는 그런 사랑이다. 미디어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서 나와 같은 지구사랑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주 희미하고 느슨한 연대일 뿐이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바꾼다는 말로 통용되지만, 그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사랑은 움직임이다. 실행이다.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

사랑은 마냥 행복한 꽃길이 아니다. 고통을 수반하는 가시밭길이다. 너무 아파서 내가 다 아팠다. 책을 보며 울고 말았다. 날 울게 하는 책은 별점을 다 채울 수밖에 없다.

 

그레타 툰베리에 영감을 받아 쓴 책일까. 청소년 환경운동가의 고유명사가 된 툰베리 외 그와 뜻과 행동을 같이하는 청소년이 많다. 힘 있는 어른들이 무기력하게 외면하는 데 반해 힘없는 청소년들이 환경문제의 시급한 해결을 요구하며 노력하는 아이러니다. 어른들이 각성하며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정의를 왜곡하고 역으로 공격하며 내모는 상황이 실제 현실인 것 같아 내내 화가 났다. 기후를 위한 투쟁은 만인을 위한 투쟁인데 지지와 응원만 보내도 부족할 일에 어찌 협박과 폭력을 동반한 증오를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끝내 누군가 죽고 다치는 극단에 이르러야 각성하고 반성을 하는 것일까. 왜 폭력의 끝, 지구환경 파괴의 끝에서 뒤늦은 후회를 하는 걸까. 너무 늦으면 돌이킬 수 없다. 왜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는가. 왜 바뀌지 못하는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달라지려 실천하는 사람들이 왜 다수가 아니고 소수인가. 누구만의 고통이 아닌 우리 모두의 당면과제인데 왜 의심하고 미루기만 하는가.

 

바르바라의 분노하는 에너지는 절망이 아닌 생의 충동을 안고 나아간다.

내가 자신들보다 덜 고단한 삶을 살도록 나보다 앞서서 사람들이 벌인 투쟁을 잊고 싶지 않다. 나는 그 투쟁을 기리며, 내 뒤에 올 세대들의 삶이 지금 이 지구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싸운다.”

앞선 할머니의 가정폭력에 대한 저항, 투쟁이 있었고 바르바라는 그 투쟁의 정신을 잇는다. 이 책이 바르바라가 할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을 취하는 것도 그런 의미를 담는다. 할머니의 과거와 바르바라의 현재가 겹친다. 할머니의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파문을 몰고 왔다. 바르바라의 시위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변화를 성취해갈 것이다. 음모론, 회의론자들도 많지만 환경위기를 걱정하며 지구에 덜 해로운, 다른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합쳐 실행해야 한다. 더 적극적인 지구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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