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을 외쳐요 - 함께 만드는 세계인권선언
김은하 지음, 윤예지 그림 / 사계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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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의 뜻을 사전에서 찾으면 이렇게 나온다.
1. 인물이나 지위 따위가 감히 범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엄숙함.
2. 예전에, 임금의 지위를 이르던 말.
예전에는 임금의 지위에 해당할 뿐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되는 말이다. 다 함께 높고 엄숙해야 마땅한데 새삼 환기하고 더 나아가 외쳐야 하게 되었다. 안에서 머물지 않고 밖으로 다른 많은 이들이 들을 수 있게,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처음 읽을 때 소리 내어 읽었다. 선언이니까. 눈으로 읽는 것을 머리로 새겨서 입으로 내는 읽기는 낱말 하나하나에 좀 더 집중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러느라 그림은 놓쳤다. 두 번째 읽을 때는 더 천천히 찬찬히 그림도 살피며 읽었다. 왜 그림책으로 썼을까 해답을 찾으며 읽었다. 세 번째는 타이핑을 하며 읽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새삼 뜨끔하고 절절하고 소중했다. 다음에 읽을 때는 종이에 필사를 해볼 참이다. 교실 아이들과 같이 나눠 쓰고 게시해 두고두고 봐도 좋겠다.

작가의 말이 크게 와닿는다. “날마다 소리 내어 읽는다. 말한 만큼 살아 보려고 애쓰지만 실수투성이다. 그만큼 자주 깨닫고 고쳐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불쌍히 여기기보다 존엄하게 여기는 법을 오늘도 배우는 중이다.”
가르치는 일은 말이 아니라 보이는 행동으로 이뤄진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런데 앎과 삶이 똑같지 못해 아이들에게 하라고 말하는 것과 반대로 굴 때가 있다. 때때로 아이들을 만만히 여기고 무시하며 함부로 말하는 나를 자각하게 될 때, 흠칫 놀란다. 말하는 중에, 위압적인 눈빛을 쏘는 중에 알아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아이들이 묵묵히 감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자기들의 존엄을 무너뜨리는데 길들여져 무감각해진 것은 아닐까 싶다. 같은 어른이면 하지 않았을 언행을 어린이에겐 서슴지 않는 것, 그것은 존엄에 반하는 일임이 명백하다. 어른으로, 선생으로서 문득문득 부끄러워지고 도망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제자리로 돌아와 고쳐 나가나 더 주의하고 아이들을 존엄하게 대하도록 더욱 애써야겠다. 스스로 존엄한 존재임을 분명히 알도록, 내 존엄이 남의 존엄과도 이어져 있음을 깨닫도록 눈빛으로 손짓으로 온 마음으로 외쳐야겠다. 내 교실에서 자란 아이들이 인권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침 없이 거짓 없이 외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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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4 - 작은 코뿔소 파투 창비아동문고 325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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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도 말고, 다치지도 말고, 무사히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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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쓰는 일이란 게 자기 확신을 가지는 일인 거 같아요.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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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 P186

"각자를 자각해야 각각이 되는 거야. 가족이자 각각이어야 오래갈수 있는 거고."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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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 BIB 출판영예상 Dear 그림책
조은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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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친구인 친구를 떠올려본다. 한때는 친구였지만 그때뿐인 친구들도 많다. 지금도 친구인 친구들과 무엇이 달랐을까.

친구 사이는 참 오묘하다. 여기 이 그림책 친구 사이는 이상적이지 않고 실제적이다. 좋기도 싫기도 한 애매한 마음, 미운 속내를 숨기고 다르게 나가 오해의 관계를 짓는 말, 생각과 어긋나는 행동들을 내숭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의 친구는 나랑 다르기에 끌리는, 거슬리면서도 매혹당하게 되는 아이다. 그렇지만 이 친구와 지내는 일이 말랑몰랑 만만하진 않다. 난 너처럼 살진 않을거야, 비수처럼 꽂히는 말이 먹물처럼 튀며 공격한다. 내게도 이런 말이 있었다. 넌 특별히 잘하는 건 없잖아, 어린 시절 스친 친구의 말에 오래 갇혀왔다. 지워지지 않는 먹물의 위험함을 알기에 그 페이지에서 멈추고 이 친구에게서 멀어져, 도망가라고 외치고 싶었다.
핫핑크와 먹물의 대치가 흥미진진하다. 배신감으로 눈이 뒤집어진다. 관계도 전복된다. 믿었던 게-그러나 그 믿음도 결국 내가 만든 착각- 틀어질 때 관계는 회복되기 힘들다. 진작 정리되어야 하는 것들이 미적지근 시간을 끌다 서로 단물 다 빨고, 빨리고 끝난다.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오만 생각이 다 든다.
뭐가 그렇게 미웠을까? 친구의 전화를 피하고 싶어 번호를 저장해두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 친구인들 다른 마음일까. 피차일반. 내가 받은 상처만 기억하지만 나 역시 상처 주었는지 모른다. 아니 확실히 주었을 것이다. 속내를 다 터놓고 이야기한다고 관계가 나아질까.
오래 같이 손잡고 가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일일이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아니 오히려 말하면 판도라의 상자처럼 수습이 안 될 것이다. 계속 떡볶이를 먹고 같이 웃으려면, 지금도 친구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두 오징어가 사는 바다로 흘려보낼 것은 보내야 한다. 먹물도 흐릿해지게..

처음엔 뭐지? 황당하고 당혹스러웠다. 자기만족으로 장난치는 어른 전용 그림책인가 했다.
두 번째 읽을 때부터는 당혹감이 감탄으로 바뀌었다. 이 작가, 천재인가? 그림과 내용이 이루는 합, 케미가 기가 막히다. 볼수록 눈이 밝아지는 느낌, 보이는 게 더 많아진다. 내가 단박에 몰랐을 뿐 작가님은 철저히 계산해 절묘하게 배치해두었던 것이다. 발견하는 즐거움이 이러한데 작업하는 즐거움은 얼마나 컸을까. 작가님이 창작의 고통보다 환희에 더 차 작업하지 않았을까. 여기 이 독자도 읽을 때마다 더 낄낄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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