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의 뜻을 사전에서 찾으면 이렇게 나온다.1. 인물이나 지위 따위가 감히 범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엄숙함.2. 예전에, 임금의 지위를 이르던 말.예전에는 임금의 지위에 해당할 뿐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되는 말이다. 다 함께 높고 엄숙해야 마땅한데 새삼 환기하고 더 나아가 외쳐야 하게 되었다. 안에서 머물지 않고 밖으로 다른 많은 이들이 들을 수 있게,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처음 읽을 때 소리 내어 읽었다. 선언이니까. 눈으로 읽는 것을 머리로 새겨서 입으로 내는 읽기는 낱말 하나하나에 좀 더 집중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러느라 그림은 놓쳤다. 두 번째 읽을 때는 더 천천히 찬찬히 그림도 살피며 읽었다. 왜 그림책으로 썼을까 해답을 찾으며 읽었다. 세 번째는 타이핑을 하며 읽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새삼 뜨끔하고 절절하고 소중했다. 다음에 읽을 때는 종이에 필사를 해볼 참이다. 교실 아이들과 같이 나눠 쓰고 게시해 두고두고 봐도 좋겠다.작가의 말이 크게 와닿는다. “날마다 소리 내어 읽는다. 말한 만큼 살아 보려고 애쓰지만 실수투성이다. 그만큼 자주 깨닫고 고쳐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불쌍히 여기기보다 존엄하게 여기는 법을 오늘도 배우는 중이다.”가르치는 일은 말이 아니라 보이는 행동으로 이뤄진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런데 앎과 삶이 똑같지 못해 아이들에게 하라고 말하는 것과 반대로 굴 때가 있다. 때때로 아이들을 만만히 여기고 무시하며 함부로 말하는 나를 자각하게 될 때, 흠칫 놀란다. 말하는 중에, 위압적인 눈빛을 쏘는 중에 알아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아이들이 묵묵히 감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자기들의 존엄을 무너뜨리는데 길들여져 무감각해진 것은 아닐까 싶다. 같은 어른이면 하지 않았을 언행을 어린이에겐 서슴지 않는 것, 그것은 존엄에 반하는 일임이 명백하다. 어른으로, 선생으로서 문득문득 부끄러워지고 도망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제자리로 돌아와 고쳐 나가나 더 주의하고 아이들을 존엄하게 대하도록 더욱 애써야겠다. 스스로 존엄한 존재임을 분명히 알도록, 내 존엄이 남의 존엄과도 이어져 있음을 깨닫도록 눈빛으로 손짓으로 온 마음으로 외쳐야겠다. 내 교실에서 자란 아이들이 인권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침 없이 거짓 없이 외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