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보물 ㅎㅎㅎ 사계절 그림책
김지영 지음 / 사계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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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희귀템, 내가 만든 것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온전한 나의 보물
ㅎ 흐뭇템, 보고 또 보고 자꾸 보고 싶고 볼수록 흐뭇이 미소지어지는 나의 보물
ㅎ 확장템, 이런 저런 쓰임의 확장일 수도 있겠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공유로 의미와 재미가 확장될 수 있는 나의 보물

이걸 쓰고 있는 어지러운 내 책상 위에도 보물이 가득하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작품 부럽지 않은, 자개로 만든 달항아리가 70 센티미터 앞에 있고 이수지 굿즈 못지않은, 리디아의 정원을 활용한 북아트 작품이 손 뻗으면 닿을 곳에 놓여 있다. 올려다보는 벽 위엔 보라색 강렬한 에너지를 뿜는 천년의 씨앗 회화가 있다. 순간의 몰입, 환희, 보람이 녹아든 나의 보물들이다. 보석 눈으로 반짝이는 김지영 그림책 세 번째 초성 시리즈 주인공이 곧 나다!

‘내 마음 ㅅㅅㅎ’을 처음 만났을 때 어쩌면 이렇게 기발하고 멋진 책을 만들었을까 놀라며 단박에 김지영 작가 팬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해마다 꼭꼭 읽어주며 ㅅㅅㅎ을 맞히기도 하고 함께 더 많은 ㅅㅅㅎ 찾기 놀이를 했다. 기대하며 만난 두 번째 ‘내 친구 ㅇㅅㅎ’은 (솔직히 죄송스럽게도) 신박함은 줄고 조금 난감하고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세 번째 책은 기대와 함께 살짝 걱정도 되었다. 근데 이번 책은 정반합, 최고다! 아귀가 딱딱 맞고 서사 흐름도 자연스럽다. 억지스럽지 않고 적절하다. 이 시리즈가 무궁무진 더 지속되어도 좋겠지만 이 3편 ‘내 보물 ㅎㅎㅎ’이 이미 완결편이다. 내 보물 추가!

아이들의 눈높이로 쉽게 말을 풀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 어려운 낱말 그대로 쓰고 그 뜻을 알려주며 대등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환호해, 항해해 …… 새로 알게 된 낱말이 아이의 말 상자, 글 상자에 보물이 될 테다.

전작의 주인공은 중성적이었는데 이번 책으로 성별이 남자로 확정되었다. 남매 사이 흔하게 벌어질 수 있는 오해와 다툼 그리고 화해 과정이 해적 결투와 함께 어우러져 흥미진진하고 환상적이다.

ㅎㅎㅎ가 뒤집혀 ㅏㅏㅏ 변주되는 것처럼 자음과 모음 글자 모양을 이리저리 비틀며 갖고 노는 게 신난다. 음성지원도 되는 듯 눈과 귀가 다 즐겁다. 삼각형 사각형 원, 도형 3형제보다 한글은 형제가 훨씬 더 많고 다양하니 얼마든지 더 놀 수 있다. 한글이 이토록 감각적이고 유쾌한 글자임을 새삼 더 느끼게 하는 세상 가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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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부는 바람 Dear 그림책
휘리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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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갔다
다시 여름이 올 때까지 천천히 머금을 그림책이다

흐릿하고 희미한 여름 정경이다
들키지 않게 가까이 부는 바람이 펼쳐주는 시간이다

여름이 온다가 겹쳐진다
이수지 작가가 색종이로 또렷하게 내어놓았다면
휘리 작가는 힘을 뺀 연필로 스르르 풀어놓았다

흔한 일상 풍경인데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으면서
지난 순간들을 떠올리다
추상으로 뭉개진다

무엇이 보이나
무엇을 봐야 하나
어떻게 보여주려 했는가
어떻게 볼 것인가
다 헤아릴 수 없는 그림으로 가득한 편지를 받고
어찌 답장 글을 써야 할지 아득하다

천천히 닿겠지
아직 다음 여름은 멀고 머니
천천히 더 헤매려고 한다

잎들이
빗줄기가
눈처럼 날린다
겨우 겨울 눈으로
여름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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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봉이라서 Dear 그림책
한지원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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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츠를 즐기듯 그림책도 글밥이 많으면 읽기를 미루게 된다. 그런 책은 나중에 볼 영상으로 저장된 것들의 운명처럼 다시 들추기 힘들다.
한지원 책은 재밌다. 간결한 그림과 글이 촌철살인 웃음을 준다. 사람마다 웃음의 크기와 포인트가 조금 달라져도 이 책을 보면서 웃지 않는 사람을 못 봤다. 웃기만 하나, 감탄도 한다. 어떻게 흔한 면봉으로 이리 기찬 이야기를 뽑아내시나. ‘왼손에게’를 너무 띵작으로 만나 이번 작품도 기대했고 기대 이상 부응했다.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힘든데 우리 작가님이 그걸 또 해내셨다. 독자로 내가 찾은 의미는 존재와 인생이다.

1. 존재: 나
지난번 책이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은 자기 자신이다. 결국 나다. 어떤 책을 읽든 무슨 생각을 하든 출구는 나다. 광부, 의사, 수리공, 청소부가 되는 면봉처럼 우리는 가정과 직장에서 여러 역할과 임무를 수행한다.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중에 어려움, 힘듦, 보람, 즐거움이 교차한다. 이런 일, 저런 일을 겪는 중에 나도 나를 알고 나는 내가 되어간다. 지치고 부러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속에 다 다른, 결국 다 같은 내가 있다.
2. 하루-인생
한 팩에 들어있는 빽빽한 면봉만큼 많은 나날이 있다. 1년 열두 달, 365일, 하루 24시간이 그렇다. 새로운 다짐으로 빡빡하다가 이내 느슨해진다. 그러다가 부러지는 날도 있고 다시 내 쓸모를 다하는 날도 있고 하릴없이 처박히는 날도 있다. 어제는 내가 대단히 별로였다가 오늘은 또 쫌 괜찮은 것 같은 나날을 엎치락뒤치락 산다. 잘나고 못나도 다 엇비슷한 인생들이다. 얄궂고 한편 다행스러운 일이다. 언제까지 끄르고 풀어낼지 알 수 없지만, 내일을 또 기대하고 오늘을 긍정하며 인생 고고씽!!

‘면봉이라서’는 일상 요물 면봉 자체 그대로 읽어도 좋지만 거듭해 읽으면 의미가 확장된다. 면봉 하나는 내가 되었다가 어느 하루에서 한 인생까지 된다. 면봉의 변주처럼 작가님의 글도 내 일기로 패러디되고 오마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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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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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이 사랑으로 보여 그리 읽는다.
이만한 사랑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이만한 사랑 줄 수 있는 사람인가 내게 묻다
동그라미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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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왕 8 - 나, 관찰자가 루 도인의 기원에 얽힌 마지막 이야기를 전한다 대장장이 왕 8
허교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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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구성과 인물들을 촘촘하게 쫓지는 못한다. 그래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밥친구 유튜브도 물리고 빠져 읽었다. 넷플릭스든 어디서든 눈 밝게 이 작품을 찾아내 펼쳐주면 좋겠다. 하지만 전지전능한 화법은 오로지 오롯이 글을 읽는 것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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