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갔다다시 여름이 올 때까지 천천히 머금을 그림책이다흐릿하고 희미한 여름 정경이다들키지 않게 가까이 부는 바람이 펼쳐주는 시간이다여름이 온다가 겹쳐진다이수지 작가가 색종이로 또렷하게 내어놓았다면휘리 작가는 힘을 뺀 연필로 스르르 풀어놓았다흔한 일상 풍경인데 바람에 흔들리고비에 젖으면서 지난 순간들을 떠올리다추상으로 뭉개진다무엇이 보이나 무엇을 봐야 하나 어떻게 보여주려 했는가어떻게 볼 것인가다 헤아릴 수 없는 그림으로 가득한 편지를 받고 어찌 답장 글을 써야 할지 아득하다 천천히 닿겠지아직 다음 여름은 멀고 머니 천천히 더 헤매려고 한다잎들이빗줄기가눈처럼 날린다겨우 겨울 눈으로여름을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