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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 BIB 출판영예상 ㅣ Dear 그림책
조은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평점 :
지금도 친구인 친구를 떠올려본다. 한때는 친구였지만 그때뿐인 친구들도 많다. 지금도 친구인 친구들과 무엇이 달랐을까.
친구 사이는 참 오묘하다. 여기 이 그림책 친구 사이는 이상적이지 않고 실제적이다. 좋기도 싫기도 한 애매한 마음, 미운 속내를 숨기고 다르게 나가 오해의 관계를 짓는 말, 생각과 어긋나는 행동들을 내숭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의 친구는 나랑 다르기에 끌리는, 거슬리면서도 매혹당하게 되는 아이다. 그렇지만 이 친구와 지내는 일이 말랑몰랑 만만하진 않다. 난 너처럼 살진 않을거야, 비수처럼 꽂히는 말이 먹물처럼 튀며 공격한다. 내게도 이런 말이 있었다. 넌 특별히 잘하는 건 없잖아, 어린 시절 스친 친구의 말에 오래 갇혀왔다. 지워지지 않는 먹물의 위험함을 알기에 그 페이지에서 멈추고 이 친구에게서 멀어져, 도망가라고 외치고 싶었다.
핫핑크와 먹물의 대치가 흥미진진하다. 배신감으로 눈이 뒤집어진다. 관계도 전복된다. 믿었던 게-그러나 그 믿음도 결국 내가 만든 착각- 틀어질 때 관계는 회복되기 힘들다. 진작 정리되어야 하는 것들이 미적지근 시간을 끌다 서로 단물 다 빨고, 빨리고 끝난다.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오만 생각이 다 든다.
뭐가 그렇게 미웠을까? 친구의 전화를 피하고 싶어 번호를 저장해두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 친구인들 다른 마음일까. 피차일반. 내가 받은 상처만 기억하지만 나 역시 상처 주었는지 모른다. 아니 확실히 주었을 것이다. 속내를 다 터놓고 이야기한다고 관계가 나아질까.
오래 같이 손잡고 가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일일이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아니 오히려 말하면 판도라의 상자처럼 수습이 안 될 것이다. 계속 떡볶이를 먹고 같이 웃으려면, 지금도 친구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두 오징어가 사는 바다로 흘려보낼 것은 보내야 한다. 먹물도 흐릿해지게..
처음엔 뭐지? 황당하고 당혹스러웠다. 자기만족으로 장난치는 어른 전용 그림책인가 했다.
두 번째 읽을 때부터는 당혹감이 감탄으로 바뀌었다. 이 작가, 천재인가? 그림과 내용이 이루는 합, 케미가 기가 막히다. 볼수록 눈이 밝아지는 느낌, 보이는 게 더 많아진다. 내가 단박에 몰랐을 뿐 작가님은 철저히 계산해 절묘하게 배치해두었던 것이다. 발견하는 즐거움이 이러한데 작업하는 즐거움은 얼마나 컸을까. 작가님이 창작의 고통보다 환희에 더 차 작업하지 않았을까. 여기 이 독자도 읽을 때마다 더 낄낄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