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영의 친구들 -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5
정은주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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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ㄱㅈㅇ도 죽었다. 한참 동안 믿기지 않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곳곳에 친구와 함께한 추억이 배여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친구가 떠올랐다. 울컥할 때도 있었고 멍해질 때도 있었다. ㄱㅈㅇ의 장례식에서 ㄱㅈㅇ의 친구들은 울며 ㄱㅈㅇ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했다. ㄱㅈㅇ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선함이었다. 두루 세심히 살피며 챙기고 돕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사라짐, 없어짐이다. 그가 눈에 보이지 않고 그를 말하는 일이 점점 사라지고 없어진다. 때때로 아무렇지 않게 ㄱㅈㅇ과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친구들은 가만히 듣지만 순간 분위기가 가라앉고 그래서 이내 떨치려 화제를 돌리게 된다. 점점 잊히지만 그래도 가끔씩 소환하고 환기해야 할 것만 같다. 그토록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했는데 이렇게 빨리 영영 처음부터 없었던 듯 잊으면, 잊히면 안되지 않을까.
'기소영의 친구들', 이 책을 읽으며 내 친구 ㄱㅈㅇ을 내내 떠올렸다. 책 속 아이들의 먹먹한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울면서 읽었다. 작가님은 ‘죽은 소영이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친구들은 소영이를 어떻게 기억하길 바랄까?’ 이 두 가지 질문을 붙잡고 썼다고 한다. 소영은 내 곁에 있다 떠난 누군가를 대입해 생각해볼 수도 있고 나 자신을 넣어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대비하는 죽음도 고통스럽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은 남겨진 이에게 더한 슬픔이 된다.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죽음 이후를 모르니 여기서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만이 우리의 몫이겠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못다한 애도와 추모를 채우는 시간이 되었다.
메타유니버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공으로 가버린 친구가 그립다. 그는 이곳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래서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직 한참은 더 그리워해도 좋지 않나.
어떤 죽음이든 곁에 머물던 이의 죽음은 황망하고 쓸쓸할 수밖에 없다. 어른도 아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은 아이를 배려하는 척하나 실은 무시하는 어른들의 잘난 체일지 모른다. 이 책을 매개로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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