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를 주변 선생님들에게 여러 번 추천받았다. 딱딱한 제목에 선뜻 끌리지 않아 미뤄뒀다. 그런데 어느새 속편격인 ‘실천편’이 나왔다. 차례로 읽으면 좋으련만 우선 이 책부터 들었다.
교과서를 과감히 버리면서도 꽉 붙잡고 있는 ‘성취기준’, 그것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의문이 들곤 했다. 이 책에는 교사의 의도에 따라 성취기준의 의미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가능하다고 본다는 해답이 있었다. 또는 교과 교육목표에 구현되지 않은 것이 있을 경우, 새롭게 만드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나아갔다. 교육과정은 교실 현장에서 구현될 때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고, 교사가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여 재구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성취기준을 재구성한 실천사례도 흥미진진했다. 특히 국어과 사례 중 ‘한 학기 한 작가 만나기’ 프로젝트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이 어떻게 일체화되는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하는 구나’에서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학기, 일 년 살이를 갈무리하는 생기부 기록 시즌이다. 일체화 실천 선생님들은 그동안의 무수한 기록들을 다만 정리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게으른 나는 소설을 쓸 것인가, 인디평어를 퍼담아 박아 넣을 것인가 두 갈래 길을 마주한다. 아이들에 대한 주관적 인상, 단순한 평점들만 있을 뿐 기록이 부족하니 답답하다. 이제 그만 부끄럽고 싶다.
교육은 그 자체 이외의 다른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 학교 교육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것이 계속적인 성장에의 열의를 얼마나 일으키는가, 그리고 그 열의를 실천에 옮기는 수단을 얼마나 제공하는가에 있다.
이 책 앞부분에 인용된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이 책 역시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 못 읽고 있는 책이다.)에 나오는 말이다. 성장, 열의, 실천... 십여 년의 교직생활동안 무수히 들어온 말이지만 들은 만큼 무뎌져 감흥이 없었다. 뜻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의 부침 속에 회의, 자괴감이 자주 든다. 그런데 다시 저 낱말들이 나를 잡아끈다.
몇 년간 열의 있는 교사들의 다양한 실천 사례들을 접하며 부러워했던,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내 교실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방학, 일체화 두 권을 정독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