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사용한 개념을 다시 가져오자면, ‘주석‘은 최대한의 정확성을, ‘해석‘은 최대한의 단독성을, ‘배치‘는 최대한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작업이다. 어떤 텍스트가 최대한의 보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배치‘할 필요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텍스트를 세상에서 하나뿐인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며, 그것이 바로 ‘해석‘이라 불리는 행위의 이상理想일 것이다. 특히 그 텍스트가 타인의 불행을 다룬 것일 때는 더욱 그렇다. 타인의 불행을 놓고 이론과 개념으로 왈가왈부하는 일이 드물게 용서받을 수 있는 길 중 하나는 그 불행이 유일무이한 것으로 남을 수 있도록, 그래서쉽게 분류되어 잊히지 않도록 지켜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