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의 벨트를 맸고 엄마의 블라우스를 입었으며 삼촌이준 구두를 신었지. 이게 나야. 꽃이 제 색깔을 선택할 수 없듯이, 우리는 지금의 자신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어. 이것을 깨달을 때만 자유로워질 수 있고, 어른이 된다는 건 바로 자유로워진다는 거지." 이 문장은 내가 ‘살인‘이라고 요약한 성장 과정 전체를 ‘자각, 흡수, 탈출‘이라는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설명은 완전하다. 그러나 이 눈부시게 당당한 내레이션에서 내가 이상한 슬픔을 느끼고 마는 것은 내 살인의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