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멀트리트먼트 -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주는 상처
가와카미 야스노리 지음, 허정숙 옮김 / 케렌시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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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와 차례를 보며 궁금했다. 교육 서적은 따분하지만, 왠지 이건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끌림이 있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아쉽고 후회되는 것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교사만 나무라는 책일까 두려움도 들었다. 변명하고 싶었다. 자책하는 것만도 아픈데 내 교실 밖 사람의 힐난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반복, 강화되는 나쁜 굴레를 벗어던지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컸다. 그래서 읽어보기로, 매를 맞아보기로 했다.
서문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단체 안부 문자를 보냈다. 먼저 기특하게 소식을 전하는 아이도 있고, 내가 손 내밀면 기꺼이 맞잡을 수 있지만 가만 기다리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답을 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이것으로 모든 걸 증명할 수는 없지만, 한 단면일 뿐이지만, 아이들과 나의 관계를 다시 짚는 계기가 된다. 아이들과 같이 맛난 것을 나눠 먹으며 더 장난치고 싶은 교사도 나고, 엄한 얼굴로 내려누르는 교사도 나다. 내 안에서도 혼란스러운데 마주하는 아이들은 어떨까. 이 책에 그 균형을 맞출 추가 있을까.
앞 장을 읽어나가면서는 성추행, 체벌뿐만 아니라 심리적 학대, 방임 등 너무 광범위한 멀트리트먼트 규정부터 당혹스러웠다. 멀트리트먼트에 상처받는 아이들 사례에는 수많은 원인 중 일부일텐데 전적으로 교사를 몰아세우는 것이 아닌가 반발심이 들었다. 속상했다. 선의로, 관례로 해오던 많은 일에 중죄가 매겨지고 뽑힐 수 없는 화살이 박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가만 더 들여다보면 나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내내 괴로워했음을 시인하게 된다. 이 책은 찌르기만 하지 않는다. 화살을 뽑고 그 상처를 직시하게 하고 다시 화살을 맞지 않기 위한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의 의도는 교실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으로 감싸는 교사를 늘리는 데 있다고 한다. 나도 그중 한 명이 되겠다. 마음에 여유를 갖자는 다짐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조금씩 바꾸기 위한 실천이 중요하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부터 미소를 잃지 않는 것부터 하면 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나를 방파제로 여기며 안도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멀트리트먼트의 반대말은 멀트리트먼트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관계성을 쌓는 것’이다. 이 책을 계기로 내 교실에서 일어난 멀트리트먼트를 반성하고 적극적으로 교실 속 귀한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이어갈 것이다. 누구도 상처 주지 않는 교실을 만들어갈 것이다.
다정한 사람이 되자! 이 책을 덮고 새해 결심을 뒤늦게 해본다. 이월 아이들과 조금밖에 안 남은 시간이나마 못다한 다정함을 넘치게 풀어놓아야곘다. 그리고 이제 새로 만날 아이들과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가족과 친구들에게 마르지 않는 샘에서 다정을 길어 올려 누구도 목마르지 않게 다정하고 또 다정하고 싶다.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망설였다. 결론적으로는 읽기 잘했다, 이 책을 만난 것을 터닝포인트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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