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죽공예 체험을 했다. 한 땀 한 땀 두꺼운 가죽에 구멍을 내고 바늘을 집어넣고 빼내느라 온정성을 기울였다. 그렇게 만든 세상 하나뿐인 내 지갑은 뿌듯함 그 자체였다. 이 책 제목 ‘한 장 한 장’이 지난주 ‘한 땀 한 땀’ 체험과 겹쳐진다. 이억배 작가님의 한 장 한 장 공들인 그림은 쉬 다음 장을 넘길 수 없이 한 장 한 장에 오래오래 머물게 한다. 한 장 한 장에 어마어마한 우주가 담겨 있다. 실제 표지 제목이 적힌 까만 네모가 흑판 같기도 하지만 더는 무한 우주로 열린 창문 같다. 온갖 동물, 책, 이야기가 어지러이 널려 있다. 아니다. 가만 보면 그 안에 엄연한 질서가 있다. 계절이 있고 방위가 있고 연결된 서사가 있다. 오른쪽 한 장 한 장 작품인 그림만 감상해도 넘치는 책이다. 실제 N차가 거듭될수록 글자는 떼고 그림만 보게 된다. 내 이야기를 짓는 것이다. 그래도 처음엔 글자를 따라가며 읽는 것이 좋다. 그림의 구심점을 찾아 숨은 그림 찾기 하며 노는 기분이다. 재미난 왼쪽 글이 훌륭한 도슨트가 되어주기에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일례로 무시무시한 호랑이가 도끼로 나무를 찍어내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그림에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를 돌아보며 낄낄댔다. 그러다 왼쪽 글을 흘끔 다시 보니 가방 노리는 다람쥐, 고구마를 독차지한 아기 도깨비, 사과 다 먹고 배가 통통해진 애벌레가 있단다. 어? 나 못 봤는데? 그게 어딨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다시 꼼꼼히 되짚어봐도 없다. 그러다 한가운데 동그라미 안에서 다 찾는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답을 두곤 헤맨 셈이다. 볼 게 너무 많아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떤가. 그대로 즐거우니 그만 아닌가. 그리고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는걸. 읽을 때마다 읽는 시간이 늘어난다. 지난번 읽을 때보다 더 보이고 더 읽힌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 책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읽어내는 것만으로 뿌듯함 그 자체다. 다 헤아릴 수는 없어도 하염없이 내내 살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