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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기억 극장 - 제1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ㅣ 웅진책마을 115
최연숙 지음, 최경식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평점 :
지우고 싶은 기억이 많다. 최근에 같이 살던 반려동물, 달팽이가 떠나면서 못해준 기억 때문에 괴롭다. 제 명대로 못 다 살고 간 게 다 내 무지, 부주의, 소홀함 탓이겠기에 미안하고 미안하다. 달이의 마지막 기력 없던 모습, 쭈그러든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밟힌다. 그래서 함께 했던 행복한 기억이 담긴 사진도 못 보겠다. 있다 없음의 허전함이 견디기 힘들다. 아예 내게 없던 존재였으면 어땠을까.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지워버리고 말까. 아니다, 지금 이 시간이 괴롭고 힘들다고 없던 일을 만들 수는 없다. 시간에 따른 망각으로 지워지더라도 분명 기억하려 애써야 할 것이 있다. 그저 일어나는 일은 없다. 기억을 잊고 다른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일은 만들면 안된다. 함께함의 무게, 무언가를 돌보는 일의 막중함을 잘 기억해야 한다. 두 번 잘못하고 싶지 않다.
<경성 기억 극장>은 일제강점기 어두운 역사,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사는 기억이고 기억에는 편집이 불가피하다. 일본의 파렴치한 부정과 왜곡을 기억 삭제 장치라는 아이디어로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신선하다. 기억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없던 일이 될 수 있나. 내 기억만 지우면 그만인 일인가. 함께 사는 세상 우리는 서로 기억을 나눠 갖는다. 단면의 기억은 없다. 가해자, 피해자로 입장이 다른 양면의 기억은 커다란 간극으로 틀어질 수 있기에 같이 맞춰보고 확인해 기억을 재정렬해야 한다. 개인의 다툼도 그러한데 국가 간 문제는 더욱 그러하겠다.
일본은 끊임없이 역사를 부정하고 지우려 하고 있다. 타민족에게 크디큰 상처를 끼친 선대를 부끄러움 없이 떠받들고 후대에게 흑역사를 은폐하고 왜곡하여 전달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기억을 공유한 다른 민족이 다 지켜보고 있다. 일본이 역사를 지우고 지우려 애써도 다 기억하고 있다. 지우려 하는 이 역사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 그 사실을 준엄하게 받아들여 다시 그릇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나에게만 삭제는 불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