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의 여름 사계절 그림책
김상근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이 좋다. 여름은 수박의 겉과 속처럼 짙푸르고 빨갛다. 이 책은 그런 통상적인 여름과 다른 결이다. 연둣빛, 하늘빛, 노을빛 등 파스텔톤 봄 같은 여름으로 데려간다. 두더지와 거북이의 여정을 따라가는 내내 더 순해지고 맑아지는 기분이다.

“두더지라고 다 땅파기를 잘하는 건 아니야. (중략) 오늘은 안 할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이 부분을 ‘***이라고 다 ***를 잘하는 건 아니야.’ 바꿔 감정이입을 한다. 여기서부터 난 벌써 두더지다. 들뜨고 신나 감행하는 모습, 좌충우돌 실수투성이인 모습뿐 아니라 제 기분에 빠져 옆에 다른 사람을 멋대로 생각하는 것(가끔 그렇다)까지도 계속 나다. 내가 두더지라면 거북이는 내가 바라는, 많은 이가 바랄 이상적인 친구 같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아, 내게 그런 친구가 있었다. 많은 부분 묵묵히 내게 맞춰주면서도 본인도 좋았다고, 재미있어 그런 거였다고 했던 친구가 있었다. 같이 숲으로 돌아간 이 책의 해피엔딩과 달리 내 친구는 하늘바다에 떨어져 있게 되었다는 게 슬프다. ‘두더지의 소원’을 먼저 알고 좋아해 소개해주었던 친구였기에 분명 이 책도 많이 좋아했겠다.

그림도 예쁘고 이야기도 아기자기 재밌지만 내가 느끼는 매력은 따로 있다. 둘의 소통이 무엇보다 좋다. 두더지는 묻지 않았다. 지레짐작하고 앞서 이끌었다. 거북이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했다. 뒤늦게 가만가만 아주 작고 아주 느린 소리로 사실을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서로 미안해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더 좋았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을 덮고 자꾸 검색하게 된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바다가 어디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뭐지? 바다를 고프게 한다. 다른 계절도 좋지만 여름이면 바다, 바다 노래를 하게 된다. 사람들 가득한 바다, 상술에 찌푸려질 바다일 걸 모르지 않는데 매번 판타지를 갖게 된다. 친구가 떠나기 전 함께 가고팠던 바다에 이 책을 안고 가 인사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