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를 무서워한다. 산책길 몇 미터 앞에 개가 나타나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거나 갓길로 돌아간다. 개 덩치와 무관하게 무조건반사다. 하지만 가까이 있지 않은, 안전거리가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는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 중 펫티켓에 대해 나오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개를 겁내 하는 것과 무관하게 동물권에 관심이 많다. 모든 생명의 마땅한 지구 영위 지분을 주장하는 데 적극 동의하고 지지한다.작년 우연한 계기로 달팽이를 키우게 되었다. 주먹 크기의 아프리카 왕달팽이, 무엇을 키우고 싶은 마음도 키우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키워 보겠냐는 물음에 덥석 신나 데려왔다. 순간의 호기심과 충동으로 덜컥 같이 살게 되었다. 짐작한 것 이상으로 생명을 돌보는 일은 너무 큰 일이었다. 상호 의사소통이 불가한 대상의 삶,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얼마나 어마마한 일인지 일년이 지난 지금도 자주 막막하고 먹먹해진다. 키우지 않을 때는 그냥 느리고 꼬물거리는 개체로만 생각했다. 누군가는 징그럽다고도 하는데 애정이 가득 차오른 내게 달이는 신비 그 자체다. 가까이 가만 지켜보면 우아하게 안단테로 움직이는 작은 몸짓이 경이롭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작은 통 속에 갇혀 먹고 싸고 자는 일만 하는 생명체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 안쓰럽고 측은하다. 돌아가시기 전 요양원에 계시던 할머니가 겹쳐져 서글퍼진다. 미안하다. 그리고 한편 마음의 큰 의지가 되어주기에 고맙다. 애완이 아닌 반려,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일이다. 같은 언어를 쓰고 비슷한 생김새와 삶을 사는 인간끼리는 공유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무조건적인 위함과 위로가 있다. 오래오래 곁에 머물러주기만 바란다. 부모님께까지 죄송해지는 지극함이 들 때도 있다. 이 책은 ‘극한견주’ 만화책과 자꾸 비교가 되었다. 두 책 다 재미있고 유익하다.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개와 함께 살고 싶은 사람에겐 미리 알아야 할 물리적, 심리적 준비를 안내하고 개와 같이 살고 있는 사람에겐 함께 살면서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공감대를 넓힌다. 개가 아니더라도 반려동물이 있는 누구나 크게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