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 2023 ARKO 문학나눔 노란상상 그림책 87
고정순 지음 / 노란상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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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이야기가 있고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름답고 즐거운 이야기가 아닌 아프고 슬픈 이야기지만 꼭 들려주고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제목을 보고 세월호 아이들을 떠올렸다. 턱없이 미진하지만 크게 이야기되었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들 말고도 작게 이야기되다 그만 멈춘 듯 사라지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통계로도 다 잡히지 않고 통계 너머 개별 이야기로는 더 들리지도 않게 소리가 작고 작다. 여기 귀기울이는 사람, 계속 기억하고 어찌 해보려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흑백표지에 심상찮은 제목부터 독자를 채비시키고 있다. 마음 먹고 하는 작가 이야기에 독자는 버금가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들어야 한다.
어릴적 뭘 모르고 들어도 <피리 부는 사나이>는 왠지 무섭고 서늘한 이야기였다. 속표지 동백꽃에 한참 먹먹해진다. 툭 떨어지며 지게 될 꽃이 처연하다. 정당한 대가,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그옛날 이야기가 아닌 지금 이야기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작은 사람들이 반도체공장과 지하철에서, 배달라이더와 텔레마케터로 스러지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하고 잠깐 안타까워하다 말았다. 뉴스는 종종 들려왔지만 어찌 자꾸 이러나 혀를 끌끌 차다 내 일 아님에 잊었다. 약속도 사람도 지키지 못하는 세상에 혐오를 표하지만 세상이 달라지는데 노력 하지 않는 나는 나쁜 세상 존속 가담자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오래 일하라며 다그치고 내모는 세상을 모두 원치 않는데 왜 견디고만 있을까.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생명도 추모도 개선의지도 다 어디로 갔을까.
저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족 곁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고 기본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 "다녀왔습니다." 그 일상 인사마저 어려운 사회는 행복할 수 없다. 사람들을 앗아가는 피리 소리가 더 들리지 않게, 사람들이 작은 사람의 행방을 상기하고 추적하게 이 책이 사이렌이 되면 좋겠다. 크게 크게 울리어 모두가 알아채게, 어찌 해보자는 소리가 높이높이 울려 닿게.
계속 미뤄둔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당장 읽어야겠다. 예전 <용맹호>를 읽으며 권윤덕 작가님처럼 꼭 들려줘야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후배 작가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고정순 작가님도 계셨다.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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