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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의 새 구두 ㅣ 알맹이 그림책 56
최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8월
평점 :
#기다림
바라는 걸 기다린다는 것은 갖기까지 달팽이 걸음처럼 느리게 가는 시간을 견딘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 기다리는 순간(지난 뒤에야 비로소 순간), 설레고 두려운 마음이 쌓이는 시간을 책 하나로 엮었다. 작가의 말에서 '스스로 자신이 느꼈거나 느낄 수도 있는, 아니면 순간 지나가 버린 감정을 한번쯤은 찬찬히 되새길 수 있도록 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난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찬찬히 머금어본다. 이제 난 여름이처럼 어린이도 아니고, 새 것을 숨차게 쫓는 사람도 아니라 이 그림책이 '그땐 그랬지', '아이들은 그렇겠군'... 멀찍이 느껴진다.
난 무엇을 기다릴까.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고 기다리는 것같다. 보이는 것은 내 눈 앞에, 내 손 안에 들어와야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기에 급박한 조바심이 들진 않는다. 천천히 기다릴 수 있다. 물어보지 않고도 이리저리 세지 않고도 그냥 그저 기다린다.
#나만의...
집을 둘러본다. 나만의 책, 그릇, 옷 등등 나만의 것이 많다. 그러나 이것들은 다 여름이의 장갑, 가방, 모자처럼 다른 누구의 것과 똑같은 기성품이다. 나에게만 꼭 맞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름이의 새 구두같은 것이 있나 다시 둘러본다. 내가 짓는 밥, 내가 그린 그림, 내가 쓴 글.. 같은 것일까. 나만의 것에 훨씬 애착이 간다. 자랑스레 내놓을 수는 없지만 혼자 많이 뿌듯하다. 비슷한 물건을 쓰며 비슷한 시간을 살아도 우린 비슷하지 않길 바라고 고유한 걸 쫓는다. 다른 이'도' 가진 것 말고 못나도 잘나도 세상 하나뿐 내게'만' 속하는 것.
#어때?
새 구두를 신고 내딛는 걸음, 기분 어때? 어떻긴? 당연히 폴짝 날아갈 듯 좋지! 기다려온 만큼 좋아? 기대했던 만큼 좋아? 여름이의 걸음, 작가의 앞으로의 걸음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