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와 바람이 하는 일이오니, 오래 기다려주소서.
- 이제 몸이 급하다. 별에 가서라도 듣고 싶구나.
......소리는 살아 있는 동안의 일이옵니다.
쇠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우륵은 그 말을 몸속으로 밀어넣었다.
침을 삼키고 나서, 우륵은 말했다.
- 별의 적막이 금의 소리보다 아름다울 것이옵니다.
- 너의 말이 힘들다.
- 황공하옵니다.
-들어라.
금이 갖추어지면, 여러 고을의 소리를 따로따로 만들어라.
고을마다 말이 다르고 산천과 비바람이 다르다고 들었다.
그러니 어찌 세상의 소리를 하나로 가지런히 할 수 있겠느냐. 고을마다 고을의 소리로 살아가게 하여라.
.......고을은 이미 무너졌고, 쇠붙이가 무너진 고을들을 가지런히 하고 있사옵니다. .......
다시, 우륵은 말을 몸속으로 밀어넣었다.
- 소리는 본래 고을마다 제가끔인 것이어서,
그것이 여러 고을의 복일 것입니다.
- P60
-사람이 그 덧없는 떨림에 마음을 의탁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떨림과 소리의 떨림이 서로 스며서 함께 떨리기 때문이다. 소리는 곱거나 추하지 않다.
- 소리가 곱지도 추하지도 않다면 금이란 대체 무엇입니까?
-그 덧없는 떨림을 엮어내는 틀이다.
그래서 금은 사람의 몸과 같고 소리는 마음과 같은데, 소리를 빚어낼 때 몸과 마음은 같다. 몸이 아니면 소리를 끌어낼 수 없고 마음이 아니면 소리와 함께 떨릴 수가 없는데, 몸과 마음은 함께 떨리는 것이다.
- 그 떨림의 끝은 어디이옵니까?
-그 대답은 인간세(人間世) 안에 있지 않을 것이다.
떨림의 끝은 알 수 없되, 떨림은 시간과 목숨이 어우러지는 흔들림이다. 그래서 목숨은 늘 새롭고 새로워서 부대끼는 것이며 시간도 그러하다. 소리는 물러설 자리가 없고 머뭇거릴 자리가 없다. - P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