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하다 큰곰자리 55
김다노 지음, 홍그림 그림 / 책읽는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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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꽃박사님이 화단에서 마가렛을 떼내 통상화, 설상화를 알려주셨다. 하나의 꽃으로 보이는데 그 안에 백 개도 넘는 꽃이 옹기종기 다닥다닥 모여있다. 생존, 번식의 이유로, 따로보다 뭉쳐 살아야 좋으니 함께 산단다. 가만 들여다보면 작디 작은 꽃들은 각기 암술, 수술까지 다 갖추고 있었다. 큰 하나로 퉁치지 않고 하나하나 꽃꽃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싶다.

여기 2학년 진리반에 하다, 예원, 재천이 등 여러 아이가 각자의 가치관과 개성을 갖고 어울려 산다. 내가 아는 아홉 살들을 떠올려본다. 아홉 해동안 축적한 지식을 마구 잘난체하고 싶어 떠벌리다가, 정작 주목받으면 긴장해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하고 속상해지는 아홉 살이 있다. 친구를 배려하고 양보하는데 왜 나만 그래야 하는지 억울한 아홉 살도 있다. 같은 교실에 살지만 친구들을 보살핌에 뿌듯하면서도 피곤한 아홉 살이 있고 버겁고 힘든 게 많아 풀 죽은 아홉 살도 있다.
아무튼 이해가 되다가 말다가 하는 아홉 살이다. 아홉 살로 살아가는 어린이로서 또래 친구들, 어른들, 세상이 손에 잡힐 듯 멀어질 것이다. 어쩜 자기 자신까지도. 아홉 살을 바라보는 어른 입장에서도 쉬이 읽히다가 복잡한 심상을 알 길 없어 어려워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홉 살 제 인생을 사는 아홉 살은 하다처럼 나름 바르고 슬기롭고 즐겁게 살아간다. 주변이 어찌 보건 제 우주를 가꾸는 꽃처럼 말이다.

이전 작품을 보고 쌓은 신뢰로 책을 선택하는 일이 많다. '비밀소원'을 쓴 김다노와 '조랑말과 나' 홍그림의 협업이라 기대가 되었다. 기대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책날개 작가 소개란 글 중 마지막 한 자릿수 나이, 아홉 살은 멋진 나이라는 생각에 공감한다. 어릴 적 옅은 기억을 더듬고 새로운 기억을 덧씌우며 쓴 작가의 이야기를 실제 아홉 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몹시 궁금하다. 그리고 어쩐지 시리즈로 이어질 것만 같다. 뒷이야기가 계속 나와 아홉 살들이 하다와 같이 자라나도 좋겠다. 꽃꽃들의 이야기가 계속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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