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를 열어 봐! 빨간콩 그림책 5
리우나 비라르디 지음, 브론테살롱 옮김 / 빨간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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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정리정돈은 버리기이다. 버리기를 못하는 나의 정리정돈은 감추기이다.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미련으로 수납장에 넣고 다 못 들어간 것은 여러 크기의 상자에 담아둔다. 일 년이 가도 열어보지 못한(않는) 상자가 많다. 그래도 여전히 상자 욕심이 있다. 특히 예쁜 상자!

여기 16개의 상자(가방, 바구니)가 내게 왔다. 하나하나 알록달록 예뻐 '열어봐!'란 말에 설렘이 더해진다. 선물상자, 피크닉 바구니, 여행가방 등등 궁금한 상자가 많지만 차례로 하나씩 열어보기로 한다. 열기 전 충분히 떠올려보고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글과 그림이 단순해 읽는 사람들의 수다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다. 같이 읽으면 더 즐거운 책이겠다. 무슨 상자부터 열어보고 싶어? 기억 상자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상자 속 물건은 어떻게 쓰는 것이지? 네 장난감 상자엔 무엇이 들어있니? 이 책에 나오는 상자 말고 어떤 상자가 더 있을까? 직접 그리고 꾸며볼까? 계속 이야기하느라 모든 상자를 다 열어 보는데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모든 상자를 다 담아내는 상자는 아마도 수다상자! 아이들과 놀면서 공부하기 좋은 그림책이다. 부록으로 끼워진 상자별 낱말 스티커를 붙이며 영어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리우나 비라르디 작가 소개를 보니 그녀의 작품은 도형과 색을 단순화하여 그림을 둘러싼 여백과 균형 잡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란다. 아이들을 위한 워크샵을 진행하는 작가는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이 그림책을 생생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경험이라고 말한다. 절제된 이미지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림책 만들기를 사랑하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그림책의 쓸모를 바라는 독자도 많다. 그림책을 그것 자체로 즐겨야 한다고 믿는 독자들은 그런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림책으로 무언가를 확장해 더 하고 싶은 욕구를 나무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책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기도 하니까. 아이들이 즐기고 싶은 대로, 즐기고 싶은 만큼 내버려 두고 싶다. 어쩌면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를 숨겨둔 그림책보다 훨씬 만만한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 한번 만나고 멋지네 하고 헤어지는 친구가 아니라 매일 만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꼬물꼬물 무언가를 하며 놀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필요한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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