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를 위한 동화 속 젠더 이야기 - 남자다움, 여자다움에 갇힌 나다움을 찾아 떠나는 동화 속 인문학 여행 십 대를 위한 인문학
정수임 지음 / 팜파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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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 이후 페미니즘은 무엇인가에 대해 좀 더 관심 있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공부의 결론은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차별받고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한 관심, 도움은 소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더불어 보다 잘 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어린 시절 우리가 즐겨 읽던 <라푼젤>, <오즈의 마법사>, <행복한 왕자>, <선녀와 나무꾼> 등등 여러 동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만나게 해준다. 격하게 공감 가는 것도 있고 다소 억지스럽지 않나 싶은 것도 있지만 시야를 넓혀주고 바로잡아주는 유익함이 크다.

빨간 모자가 겪은 피해가 빨간 모자의 잘못이 아니라 안전한 숲속을 만들지 못한 사회의 잘못임을, 물리적, 심리적으로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 우리의 책임임을 알 수 있었다. 작년 #me,too 열풍에 터질 게 터졌다’, ‘고였던 물이 정화되는 계기가 되겠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의심, 비난 등 역풍도 적지 않았다. 그런 가혹한 2차 피해에 #with you를 넘어 #I believe you가 필요하겠다. 거짓말 하면 코가 늘어나는 벌을 받는 피노키오로만 알았다. 그런데 파란 요정 외 남자들만 나오는 이야기라는 환기에 이탈리아 파시즘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는 새로운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남성의 여성 혐오 살인이나 성차별적 테러리즘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페미사이드가 그려진 <푸른 수염>이 버젓이 아동도서로 출판되고 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슬로건으로 여성소비총파업을 선언한 데는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느꼈다. 남성, 여성 틀에 갇히지 말고 저마다 개성 있는 자기 목소리를 내고 당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어린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읽히고 있는 동화들에 얼마나 위험한 생각들이 아무도 모르게 담겨 있는지 경각심을 갖고 제대로 알아야겠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가 아이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것과 오버랩 되며 섬뜩한 생각이 든다. ‘십대를 위한이라는 말머리가 붙었지만 모든 연령대가 일독하며 어릴 적 별 생각 없이 읽던 동화에 대해, 무심코 내뱉던 언어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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