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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ㅣ 사계절 동시집 15
김륭 외 지음, 신슬기 그림 / 사계절 / 2018년 10월
평점 :
종합선물세트, 내가 특별히 더 좋아하는 과자도 있고 덜 좋아하지만 그래도 다 맛있는 과자들이 한아름 있어 받는 것만으로도 봉봉 마음이 떠오른다. 이 시집이 어릴 적 그 추억을 소환한다. 김륭, 김개미, 송선미, 신민규, 정유경 등 익숙한 이름, 좋아하는 시인들의 작품이 한 권에 다 실려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시집이다. 상투적인 비유지만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은 각기 다 소중한 한 권의 책이다. 시인 사람은 조금은 더 특별한 사람책이다. 그 사람책이 잔뜩 꽂혀있는 도서관에 들어서 헤매다니는 기분은 행복 그 자체이다.
수요일은 시요일, 아이들과 시 한 편씩 나눈다. 매주 어떤 시를 나눌까 고민이 되는데 이 시집 한 권으로 한동안 고민은 접어둬도 되겠다. 아이들과 시 제목 또는 시어 한 두 개를 괄호 비워놓고 맞히는 놀이를 종종 한다. 아이들에게 시인의 생각과 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달라도 좋다고 늘 강조한다. 때로 아이들의 생각이 더 훌륭하기도 하여 진심 놀라기도 한다. 이 시집에는 그런 놀이를 하고 싶게 하는 시가 많다. ‘마음을 심는다’, ‘반딧불이’, ‘우산을 받고 걸으면’, ‘하고싶다의 일생’, ‘누가 맞아?’ 등등. 또한 시집 4부에서는 2016 광화문광장의 꼿꼿함, 밀양 송전탑 어르신들의 아픔, 6․25전쟁 중 사람 살이 등 마주해야 하는 역사를 담고 있다.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마중물로 삼을 수 있겠다.
펼칠 때마다 다르겠지만 오늘 내게 와닿은 시는... ‘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이다. 제목에서 폐쇄적인 기운을 느끼기도 했는데 정유경시인의 특기인지 다 읽은 후엔 스르르 마음이 열린다. ‘널 기다린단 말이야. 나의 숲이 네 마음에 부디 들기를.’ 마지막 싯구가 내 맘에 맴맴거린다. 내 숲에도 풀과 꽃이 이슬을 머금고 작은 새 한 마리가 포롱포롱 날아들면 좋겠다. 그런 내 숲에 누구든 머물고 웃음 지었으면 좋겠다.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나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기린과 눈 맞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