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트남
심진규 지음 / 양철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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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트남은 매력적인 경제 투자처,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류, 박항서 축구감독의 신화 등으로도 자주 언급되는 나라다. 그러나 그 이면에 우리가 기억해야할 역사가 있다. 제주를 관광지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4.3 역사현장으로 기려야 하듯, 베트남은 월남전의 과오를 반성하는 역사현장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안녕!베트남이 책을 통해 외면하고 싶지만 기억하고 사과해야 하는 역사를 마주한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역사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서 증오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큰 충격이었다.

 

하늘에 닿을 죄악, 만대에 걸쳐 기억하리라. 한국군들은 이 작은 땅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참혹하고 고통스런 일들을 저질렀다.”(빈호아 마을 입구에 세워진 증오비에 적힌 글)

 

한국군이 주둔했던 지역에서 죽은 민간인 피해자는 9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다. 그 안에는 죄없는, 많은 여성과 어린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전쟁의 참혹함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증오비인 것이다. 한참전 기사에서 베트남의 살육의 역사를 기억하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던 위령비 뒤쪽 비문 자리가 연꽃 그림으로 가려져 있는 사진을 봤다. 참전군인 단체와 한국 정부가 비문 내용을 문제 삼고 베트남 정부가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라 한다. 우리의 소녀상과 일본 정부의 입장과 기묘하게 오버랩된다. 우리 역시 월남 참전의 당위성, 고엽제 피해 등에만 관심을 갖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역사는 쉬쉬 숨기려는 것이 아닌가.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상처를 준 역사가 있다니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역사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알려야 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다. 철없는 할아버지 캐릭터가 초반 진입장벽을 낮추고 판타지와 현실의 드나듦이 흥미롭게 접근할 만하다. 하지만 독서 전후 배경지식, 실상을 어찌 알려야 하나 조심스럽고 고민되는 지점이다.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권윤덕의 꽃할머니마지막 장면은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학살 역사를 상기시킨다. 일본에 당한 아픈 역사에 분노하고 슬퍼하다 우리 역시 베트남 국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지 않았는가라는 환기에 전쟁 자체에 대한 회의, 평화 자체에 대한 열망을 갖는다. 그리고 안녕!베트남에서 한국인 증오비 근처에 평화를 상징하는 호아쓰를 가꾸는 할아버지의 실천은 전쟁과 평화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것같다. 두 책을 함께 읽어봐도 좋겠다.

우리가 일본에게 바라는 진정한 사과를, 우리 역시 베트남에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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