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레보비츠 :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 - Annie Leibovitz: Life Through a Len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애니 레보비츠 :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은 애니의 자매 바바라 레보비츠가 메가폰을 잡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자매가 찍은 기록물이라 상당히 내밀한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들려줍니다.

애니 레보비츠는 흔히 가장 성공한 패션사진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저도 영화보기 전까지는 그녀가 데미무어의 누드 사진을 찍은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데미무어
 
그런데, 레보비츠는 패션사진작가로 유명세를 떨치기 전, 락음악 잡지 롤링 스톤지의 표지 사진을 담당했던 작가였습니다. 지금은 유명인사들이 가장 아끼는 사진작가가 되었지만, 하위문화의 언저리를 기록하다 화려한 패션계 쪽으로 점프 해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레보비츠는 공군 아버지 슬하에서 태어나 웨건을 타고 공군기지를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늘 차창을 통해 세상 풍경을 바라보았기에 네모난 차창이 그녀에게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베트남전이 터지자,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미술을 공부하다가 처음으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고 합니다. 21세에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후에는 베트남전 반전운동과 히피문화에 푹 빠지게 되었고, 전공분야였던 미술 대신 카메라를 손에 잡고 락뮤지션들을 찍기 시작합니다. 24세에는 록뮤직 잡지인 롤링 스톤지에 들어갔고, 26세에는 롤링스톤즈의 전국 투어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레보비츠는 이 당시 술, 마약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롤링스톤즈와 함께 하면서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레보비츠가 마약 중독에 빠진 것은 이 무렵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레보비츠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건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사진이었습니다.


존 레논은 이 사진을 찍고 나서 4시간 후에 암살당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이 존 레논 최후의 사진이 되었고, 롤링 스톤지는 아무런 설명 없이 이 사진을 커버 사진으로 개재하여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벌거 벗은 채 자궁 속 태아의 자세를 취하고서 오노 요코를 꼭 끌어않은 존 레논의 모습이, 사랑과 평화, 본질로의 회구를 외쳤던 그의 삶 전체를 웅변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삼십대를 록뮤지션들과 어울리며 롤링 스톤지의 표지 사진들을 찍던 레보비츠는 마흔 살이 다 되어 두 가지 중요한 전환을 맞습니다. 하나는 재활원에 들어가 마약중독을 치료 받고 패션잡지 Vanity Fair에 들어간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수잔 손택을 만난 것입니다. 수잔 손택과 레보비츠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을 뛰어넘는 연인 사이였던 것으로 보이며,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수잔 손택은 글로 세상을 표현하고, 레보비츠는 이미지로 세상을 표현하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들을 채워해줬다고 합니다. 1993년에는 수잔 손택의 권유로 레보비츠가 사라예보 내전현장에 들어갔습니다. 많은 스탶들의 보조를 받던 세팅된 촬영장에서 홀로 전쟁터로 나와 세상을 마주한 레보비츠는 사진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레보비츠는 아버지와 수잔 손택을 차례로 저 세상으로 보내고, 대신 3명의 아이를 갖게 됩니다. 첫째는 51세가 되어 직접 낳았지만, 두 쌍둥이는 대리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상실과 탄생의 경험이 삶을 더 깊게 바라보는 밑거름이 되었다는군요. 지금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워킹맘이라고 합니다.

다큐멘타리 내내 돋보였던 점은, 일할 때의 깐깐함이나 권위적인 모습과 대조되는 사진에 대한 겸손함이었습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진이 인물들의 본질을 포착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모든 인물 사진가들에게 도달할 수 없는 이데아임을 인정하고, 삶은 언제나 사진 너머에 존재한다고 고백합니다. 그녀가 시대를 넘나드는 신화와 동화까지 동원해가면서 끊임 없이 변화를 모색하는 건, 그 이데아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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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니 레보비츠 :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 (Annie Leibovitz : Life Through A Lens)] By Barbara Leibovitz
    from Omentie's Mind Healing Process 2009-06-22 00:17 
    애인님이 잡지 마감 야근으로 정신 없이 바쁜 주말. 간만에 혼자만의 시간이 생겨 압구정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맞으며 풍월당에서 클래식 음악 듣다가 스폰지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애니 레보비츠]와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두 편 연달아 봤습니다. [애니 레보비츠 :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은 애니의 자매 바바라 레보비츠가 메가폰을 잡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자매가 찍은 기록물이라 상당히 내밀한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들려줍니다. 애니 레보..
 
 
프레이야 2009-06-2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 레보비츠, 기다리고 있는 영화에요.
이곳엔 7월 중순에 재상영을 시작한다고 해서요.
사진을 하나의 이데아로 보았군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