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 - 기후 붕괴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케이트 마블 지음, 송섬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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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과학자들의 분노

대개 사람들은 과학자라면 감정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감정이나 편견, 정치적 논리와는 거리를 두고 철저한 객관성을 추구해 고매한 이성의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이다.

62쪽

기후과학자인 저자는 기후 위기에 대한 국회 발표에서 이렇게 생각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과학자들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기후 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과학자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연구실에서 나와 갑부들의 개인 비행기 사용 금지 촉구 운동*,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한** 기후 정의 운동 등을 전개한다. 한 과학자는 "위기를 더 잘 아는 이들이 한가함에 빠져 있으면 대체 누구에게 긴급한 행동을 기대하느냐"**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웅진지식하우스, 2025)의 케이트 마블도 기후 위기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개진한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는 화가 난다. 저들의 냉소주의가, 거짓말이, 탐욕이 노엽다. 기후 위기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야 할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이 멍청한 것도 아니면서 모르는 척 내뱉는 허위 사실들 때문에, 심지어 그 똑같은 헛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걸 볼 때마다 분노가 이글이글 타오른다.

63쪽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해야 한다.

책은 저자가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위기들을 보면서 겪는 9가지의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분노다. 무수한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행동 변화를 촉구했지만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그들의 조언을 묵살한다. 동시에 기후 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에 동참한 한 사람으로서 죄책감도 느낀다. 자신의 자녀가 마주할 극단적인 환경의 지구가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국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행동해야 할 의지를 다진다.

저자는 지금 당장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를 든다. 인간을 넘어 동물, 식물을 포함한 모든 자연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온 세상이 더워진다.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고,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지거나 휘고, 그러다가 먼 곳의 날씨가 변한다. 캐나다 동부에서 산불이 나면 뉴욕이 독성을 띤 연기로 뒤덮인다. (중략)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330쪽

진부한 말이지만 기후 변화는 인간에게 일어난다. 더 빈번하고 극단적인 폭염과 가뭄, 더 강해진 태풍. 인간은 이미 기후 변화로 인한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지금은 저소득 계층, 남반구의 국가들의 피해가 더 크지만 곧 북반구 대부분도 기후 위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캐나다와 미국 서부, 유럽의 대규모 산불처럼 말이다.

인간의 오만함이 불러온 기후 변화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인터스텔라>는 인간의 오만이 담긴 슬로건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실제로 많은 낙관론자들이 과학으로 기후 변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오만한 생각이다. 저자는 태양을 가리는 방법, 해양 탄소 제거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러 방법들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과학적 방법은 아직 실행되기에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으며 우리의 지구를 걸고 이러한 실험을 감행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 비하면 아주 작은 존재다. 인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 역사의 많은 부분들이 사실은 자연의 손이 움직인 결과였다. 몽골의 대제국 건설, 흑사병의 창궐, 미국과 중국이 강대국이 된 까닭 등.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이 자연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속가능한 개발'로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오만함이 기후 변화를 촉진한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인간 존재의 작음을 깨닫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미 태어난 이상 지구와 관계 맺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후 위기의 결과에서 벗어나는 것도 행성을 탈출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할 일을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것.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했던 일을 강조한다. 공기청정법, 몬트리올 의정서 등.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기후 운동 단체인 '과학자반란'의 말처럼 행동해야 한다. 우리의 행동이 정치적 의지를 변화시키고 기후 위기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2281157000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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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 쿼리 - 우주와 인간 그리고 모든 탄생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유쾌한 문답
닐 디그래스 타이슨.제임스 트레필 지음, 박병철 옮김 / 알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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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풀 컬러 사진으로 가득한 유쾌한 우주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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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 쿼리 - 우주와 인간 그리고 모든 탄생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유쾌한 문답
닐 디그래스 타이슨.제임스 트레필 지음, 박병철 옮김 / 알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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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We are all made of star-stuff. 칼 세이건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생명체는 탄소를 기반하여 생겨났으며 그 이후 진화를 거듭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탄소는 별의 핵융합 반응에서 만들어진 원소이므로 "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셈이 되는 것이다. 별에서 왔지만 고향에 대해서 알기는 매우 어렵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확인해야 하지만 실험이 어렵기 때문이다. <코스믹 쿼리>(알레, 2025)는 이런 한계 속에서 우리의 고향인 우주에 대해 유쾌하게 설명해 준다.

친절하고 유쾌한 설명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유쾌하다는 것이다. 저자 닐 디그레스 타이슨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과학을 쉽게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노력은 이 책에서 빛을 발한다. 뉴턴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쟁으로 시작한 책은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 지에서부터 우주의 끝까지를 쉽게 설명한다. 또한 내용 중간에 자신이 올렸던 트위터 내용과 알아두면 좋을 흥미로운 사실들을 따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풀 컬러의 사진

책은 풀 컬러로 이루어져 있다. 천문학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글로 아무리 잘 풀어내도 해당 내용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최대한 많은 내용을 풀 컬러 사진에 담았다. 행성, 성운, 입자가속기 등 천문학에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미생물까지를 사진으로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진은 중국에 있는 '500미터 구면 전파망원경'이다. 500미터라고 해서 감이 잘 오지 않았는데 사진으로 확인하니 그 규모를 예상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저자

저자는 외계 지성 탐사연구소의 소장의 말을 빌려 외계 지능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해 우리가 뒤져야 할 공간의 크기와 주파수 대역 그리고 시간대를 모두 더한 양이 지구를 덮고 있는 바닷물의 양과 같다고 하자. (중략) 이 정도면 와인 잔으로 바닷물을 한 번 뜬 셈인데, 그 안에 물고기가 없다고 해서 바다에 물고기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244쪽

초대형 입자 가속기, 제임스 웹 망원경 등 기술의 발전으로 우주의 신비는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밝혔듯이 "우주의 모든 과거와 미래를 이해하려는 우리의 열망은 결코 공염불로 끝나지 않을 것"(49쪽)이므로 앞으로 더 많은 우주에 대한 지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접하게 될 지식들도 저자의 유쾌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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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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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사악함을 섬세하게 풀어 낸 포의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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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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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1809-1849). 추리 소설과 공포 소설의 창시자, 미국 근대 문학의 뿌리, 단편 소설의 선구자 등 그를 지칭하는 말은 매우 많다. <포 단편선>(소담출판사, 2025)은 그의 가장 유명한 단편 소설인 <검은 고양이>를 포함한 6선의 단편 소설집이다.

섬뜩한 이야기

<도둑맞은 편지>를 제외한 5개의 소설은 모두 섬뜩하다. 모든 소설에는 다양한 '죽음'이 등장한다. <검은 고양이>는 고양이와 아내의 죽음이, <어셔가家의 몰락>은 오누이의 죽음, <적사병의 가면>에는 흑사병과 같은 많은 사람의 죽음, <함정과 시계추>에는 눈앞까지 다가온 죽음, <유리병에 남긴 편지>에는 사고로 인한 죽음이 등장한다. 포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덤덤하고 냉정하게 묘사한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결국 무엇보다도 근사한 방책이 머리에 떠올랐다. 중세의 승려들이 살해한 시체를 벽에다 접어넣고 발라 버렸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처럼, 나도 지하실 벽 속에다 시체를 틀어넣고 벽을 발라 버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검은 고양이>, 23쪽

<어셔가의 몰락>처럼 포가 취하는 관찰자의 입장도 소설을 오싹하게 만든다. '나'는 어린 시절 친구 로데릭의 요청으로 그의 집에 가게 된다. '나'는 죽음이 드리워져 있는 집을 묘사한다. 이러한 묘사는 이야기 전반에 공포심을 불어 넣는다.

하지만 아름다운

포가 서술하는 배경들은 선뜩하지만 읽고 있으면 빠져들게 된다. 황폐하면서도 어딘가 아름다운 풍경이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방은 거의 천장에서부터 온 벽에 이르기까지 검은 벨벳 색 태피스트리가 휘둘러져 있었으며 똑같은 재질과 색조를 내는 바닥의 융단 위로 흘러 내려와 그 끝은 두껍게 접힌 채로 있었다.

<적사병의 가면>, 70쪽

그는 풍경뿐만 아니라 인물의 성격, 사건의 개요를 세세하게 기록한다. <유리병에 남긴 편지>는 화자가 어떻게 편지를 남기게 되었는지를 꼼꼼하게 묘사함으로써 그의 성격과 그가 겪은 일들을 생동감 넘치게 전달한다. 포의 단편들은 사람을 겁에 질리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홀리기도 하는 공포소설이다.

스미추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소설

독서가 '힙한 행위'라는 생각이 퍼지면서 '스미추'라는 말이 생겼다.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줄임말로 유명 아이돌이 추천하는 장르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스미추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사건의 긴장감,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는 지적 활동 등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이유는 인간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포 단편선>은 위의 이유를 모두 충족하는 책이다.

하지만 나는 내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만큼이나 이런 사악성은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주 원시적인 충동 가운데 하나로, 인간을 이끄는 기본적인 힘 또는 성정이 서로 불가분적이거나 융화되어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검은 고양이>,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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