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말미, 슬픔의 물리학을 설명하면서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슬픔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이다. 화자는 슬픔은 중력장이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작"(391쪽)아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곳의 슬픔은 다른 곳의 다른 사람도 슬프게 만들 수 있다.
이동하는 슬픔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다. 공감은 이야기를 타고 전해오는 슬픔에 반응한다. 핀란드 시인의 노화에서 비롯된 서글픈 사건을 보며 유럽 반대편의 고향이 생각난 이유는 그 때문이다.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지 않고 그의 이야기를 따라 미궁 속으로 들어간 까닭도 그 때문이다.
슬픔은 이야기의 형태를 통해 공감으로 나타난다. 문화권이 다르더라도 슬픔을 느끼는 원인과 경로는 비슷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부재, 노화로 인한 서러움, 서글픔, 이미 지나가고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비탄, 비애 등. 공통적인 감각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나의 슬픔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