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1809-1849). 추리 소설과 공포 소설의 창시자, 미국 근대 문학의 뿌리, 단편 소설의 선구자 등 그를 지칭하는 말은 매우 많다. <포 단편선>(소담출판사, 2025)은 그의 가장 유명한 단편 소설인 <검은 고양이>를 포함한 6선의 단편 소설집이다.
섬뜩한 이야기
<도둑맞은 편지>를 제외한 5개의 소설은 모두 섬뜩하다. 모든 소설에는 다양한 '죽음'이 등장한다. <검은 고양이>는 고양이와 아내의 죽음이, <어셔가家의 몰락>은 오누이의 죽음, <적사병의 가면>에는 흑사병과 같은 많은 사람의 죽음, <함정과 시계추>에는 눈앞까지 다가온 죽음, <유리병에 남긴 편지>에는 사고로 인한 죽음이 등장한다. 포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덤덤하고 냉정하게 묘사한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결국 무엇보다도 근사한 방책이 머리에 떠올랐다. 중세의 승려들이 살해한 시체를 벽에다 접어넣고 발라 버렸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처럼, 나도 지하실 벽 속에다 시체를 틀어넣고 벽을 발라 버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검은 고양이>, 23쪽
이런저런 궁리 끝에 결국 무엇보다도 근사한 방책이 머리에 떠올랐다. 중세의 승려들이 살해한 시체를 벽에다 접어넣고 발라 버렸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처럼, 나도 지하실 벽 속에다 시체를 틀어넣고 벽을 발라 버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검은 고양이>, 23쪽
<어셔가의 몰락>처럼 포가 취하는 관찰자의 입장도 소설을 오싹하게 만든다. '나'는 어린 시절 친구 로데릭의 요청으로 그의 집에 가게 된다. '나'는 죽음이 드리워져 있는 집을 묘사한다. 이러한 묘사는 이야기 전반에 공포심을 불어 넣는다.
하지만 아름다운
포가 서술하는 배경들은 선뜩하지만 읽고 있으면 빠져들게 된다. 황폐하면서도 어딘가 아름다운 풍경이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방은 거의 천장에서부터 온 벽에 이르기까지 검은 벨벳 색 태피스트리가 휘둘러져 있었으며 똑같은 재질과 색조를 내는 바닥의 융단 위로 흘러 내려와 그 끝은 두껍게 접힌 채로 있었다. <적사병의 가면>, 70쪽
일곱 번째 방은 거의 천장에서부터 온 벽에 이르기까지 검은 벨벳 색 태피스트리가 휘둘러져 있었으며 똑같은 재질과 색조를 내는 바닥의 융단 위로 흘러 내려와 그 끝은 두껍게 접힌 채로 있었다.
<적사병의 가면>, 70쪽
그는 풍경뿐만 아니라 인물의 성격, 사건의 개요를 세세하게 기록한다. <유리병에 남긴 편지>는 화자가 어떻게 편지를 남기게 되었는지를 꼼꼼하게 묘사함으로써 그의 성격과 그가 겪은 일들을 생동감 넘치게 전달한다. 포의 단편들은 사람을 겁에 질리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홀리기도 하는 공포소설이다.
스미추스릴러, 미스터리, 추리소설
스미추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소설
독서가 '힙한 행위'라는 생각이 퍼지면서 '스미추'라는 말이 생겼다.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줄임말로 유명 아이돌이 추천하는 장르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스미추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사건의 긴장감,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는 지적 활동 등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이유는 인간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포 단편선>은 위의 이유를 모두 충족하는 책이다.
하지만 나는 내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만큼이나 이런 사악성은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주 원시적인 충동 가운데 하나로, 인간을 이끄는 기본적인 힘 또는 성정이 서로 불가분적이거나 융화되어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검은 고양이>, 14쪽
하지만 나는 내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만큼이나 이런 사악성은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주 원시적인 충동 가운데 하나로, 인간을 이끄는 기본적인 힘 또는 성정이 서로 불가분적이거나 융화되어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검은 고양이>, 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