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인형의 행복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11
가브리엘 벵상 글.그림 / 보림 / 199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한 때는 누군가의 품에 안겨 사랑을 듬뿍 받았으나 이제는 어깨에 솜터지고, 꼬리에 실밥터져 길거리에 버려진 곰인형을 주워다 마지막 생을 같이 하는 어느 늙은 수리공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가만, 어린 시절...내 첫 곰돌이는 지금 어디에 있더라?' 개도, 말도, 코끼리도 아닌 왜 하필 곰인지는 모르겠지만 곰인형은 어린시절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있던 필수 아이템. 외출할 땐 안고, 잠잘 땐 베고, 무서울 땐 꼭 끌어안았던 절친한 친구 곰인형의 마지막 모습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아마도 꼬질꼬질 먼지가 쌓인 채 창고 속에서 몇 년을 박혀있다... 이사하는 날, 작아버린 옷더미 속에 묻혀 버려졌으리라.

책을 보면서 영화 '토이스토리 2'에서 여자 카우보이 인형 제시가 부르는 노래가 또 생각났는데

When somebody loved me
Everything was beautiful
....중략....
So the years went by
I stayed the same
But she began to drift away
I was left alone

아시겠지만 내용을 읊어보면, 소녀에게 사랑받던 여자인형이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라디오-> 친구 -> 매니큐어 -> 남자친구...등에 밀려 무관심 속에 버려지게 되고, 홀로 남겨진 채 아직도 아이를 사랑하며 그 날이 그립다고 부르는 노래이다. 여자 가수의 목소리가 너무 처연하게 고왔던 것과 함께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뜨끔(!)하게 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게 당연하듯, 유년기를 넘겨버린 아이들에게 곰인형이 잊혀지는 것도 순리이겠지만, 지금의 어른의 수 만큼 많은 곰인형들이 버려졌을 걸 생각하면 웬지 모르게 서글퍼 지는 것 또한 사람의 마음이리라.

이 책의 제목과 내용 자체는 버려진 곰 인형이 할아버지와 함께 마지막 생을 안락하게 살아간다는 얘기인데 가브리엘 벵상의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근원적인 고독이 안개처럼 뭉개뭉개 스며있다. 다만 작품에 색채가 들어가 있어 '떠돌이 개'보다는 포근한 느낌이지만 흑백으로 처리되어 낡은 먼지 냄새가 풍겨도 좋았으리란 생각이 부질없이 떠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