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공포증 난 책읽기가 좋아
수산나 타마로 지음, 박진아 옮김, 우테 크라우제 그림 / 비룡소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고는 글쓰기 공포를 다룬 책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책에 대한 공포였다. 독서를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그게 왜 꼭 필요하고 즐거운 경험인지, 이 책이 얼마나 잘 설득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레오폴드의 부모는 둘다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레오폴드는 밖에서 뛰노는 게 훨씬 즐거운 아이다. 생일에 축구화를 선물 받기 원하지만 매년 그렇듯 책선물만이 있을 뿐이다. 책을 안 읽는다고 급기야 정신과 의사에게까지 데려간다. 의사는 한술 더 떠 책을 많이 읽히는 게 약이라고 말한다. 그 후로 하루 읽은 책의 무게를 매일 재야 하는 끔찍한 일들이 이어진다. 레오폴드는 가출을 감행한다. 당연하게도.

이 책을 우리집 두 아들에게 읽어줬는데 이렇게 슬픈 책이 어딨냐고 한다! 맞다. 얼마나 숨이 막혔을꼬.

레오폴드는 버스를 타고 나가 한 맹인 할아버지를 만난다. 그는 젊었을 때 선원이었는데 세계 곳곳을 여행한 모험 이야기를 아이에게 신나게 들려준다. 할아버지는 자기가 아쉬운 게 하나가 있는데 재미있는 책을 읽다가 사고로 눈을 다쳐 뒷부분을 못 읽게 된 거란다. 레오폴드도 그 책의 앞부분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 할아버지에게 읽어주려고 서점을 찾는다. 하지만 아이는 책을 읽어주지 못한다. 글자들이 개미떼가 되어 자꾸 기어가버리기 때문이다. 평소에 책을 읽으려고 할 때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는데 얼마나 독서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으면 저런 난독증이 생겼을까 안타까웠다. 하지만 결론은 레오폴드가 시력이 안 좋아서 독서에 문제가 있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안경을 맞추고 나니 레오폴드는 책을 좋아하고 잘 읽는 아이가 되었다. 결과가 흡족한 부모는 아이가 원했던 축구화를 사준다. 단지 시력 저하의 문제일 뿐인가? 물론 그 할아버지가 책이 가지는 이야기의 힘과 호기심을 일깨워줘서 레오폴드가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 건 맞다. 하지만 레오폴드의 부모가 여태 아이의 시력이 나쁜 줄도 몰랐다는 반성에 그치고 그걸 해결하자 갑자기 책 잘 읽는 아이가 되어 부모를 기쁘게 하고 다같이 해피엔딩!, 은 좀 황당하다.

책괴물이 나타나 자신을 덮치는 악몽을 꿀 정도로 중압감이 큰 아이였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할아버지가 문제를 다 해결해주는 방식은 불편하다. 아이들이 겪는 책공포증이 시력 문제 때문은 아니지 않는가? 막상 집으로 돌아왔을 때 부모가 그동안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아이를 이해하면서 함께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제기는 좋지만 해결 방법에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잘 나가다가 피식, 바람이 샌다. 나라면 독서에 부담을 겪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줄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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