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기쁨 또는 아픔의 첫단추가 된다.
살갗은 하루도 상처 없이 지나가는 날이 드물다.
부딪쳐 멍이 들고 어딘가에 긁히고 벌레에 물리고
무언가에 베이고 때론 이유 없이 벽치기를 당하기도 한다.
손등을 보면 방금 찢긴 상처에 피가 배어나오고
지나간 상처는 흐릿하게 살갗에 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자주 있는 일이지만 피가 나는 상처엔 익숙해지기 힘든
고통이 몰려와 아이처럼 울어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뽀빠이 도와줘요“하면서
피가 배어 나오는 상처가 생길 줄이야. 잠깐의 방심
아니면 헛손질 내진 어처구니없이 몸의 균형이나 동작이
어긋나버리거나 책상 모서리와의 간격을 잘못 짚은 거리 감각
움직임 하나하나엔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감각의 조화가 필요하다.
방심하면 깨지고 상처가 생긴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 살갗
처음에 배어지고 멍들고 긁히고 상처투성이
저절로 낫지 않는다. 자잘한 일상의 상처들도
끝까지 가야한다.
처음은 끝을 향해 가서 마침표를 찍어야만 사라진다.
끝은 처음을 가진 자만이 찾을 수 있고
마음은 아문 상처 자국으로
영혼의 무늬를 우주에 새긴다.
살갗은 흙으로 녹아들고
마음은 허공에 스며든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흙과 허공 사이에서 자라고 있다.